[한·미 2+2 회의 이후] 하노이 ARF… 한·미 VS 북·중 ‘외교 전쟁터’
입력 2010-07-23 00:12
베트남 하노이에서 23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미국의 추가 대북 금융제재를 둘러싼 한국-미국 대 북한-중국 간 치열한 외교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양측의 설전은 22일 북측 ARF 대표단이 베트남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의 대북제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시작됐다.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는 의장성명 10항에 위배된다는 게 북측 주장이다.
북한의 이러한 반응은 예상된 일이다. 안보리 의장성명 발표 이후 북·중은 6자회담을 통한 대화를 제안했으나, 한·미는 21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보다 강력한 압박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안보리 의장성명 후 ‘천안함 외교전’이 2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북한은 한·미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ARF에서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동맹국을 대상으로 활발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서 숨통을 틔워줄 우군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끄는 박의춘 외무상은 이날 오전 태국 및 중국과 양자회담을 벌였고, 오후에는 말레이시아 외교장관, 아세안 사무총장, 싱가포르 외교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이어 의장국 베트남 외교장관이 주관하는 공식만찬에 참석하는 등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23일 베트남 총리를 예방하며, 24일에는 베트남 외교장관과의 회담이 계획돼 있다.
소규모 대표단을 꾸렸던 지난해 태국 ARF와 달리 올해는 박 외무상이 직접 10명 내외의 대표단을 이끌고 베트남에 입국했다. 북한 대표단은 잠행을 거듭했던 지난해와 달리 공항 활주로 근접 취재까지 허용했으며, 특히 이동일 군축과장을 대변인으로 내세워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 일본은 아세안 회원국을 대상으로 대북제재가 담긴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하노이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른 조치로 북한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유 장관은 또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과의 양자회동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천안함) 출구전략을 논할 때가 아니다”면서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국제사회에 도전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