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구미호 이야기인데… KBS2 ‘구미호, 여우누이뎐’ 인기 비결은?

입력 2010-07-22 18:31


KBS2 ‘구미호, 여우누이뎐’(월·화 오후 9시55분)이 눈에 띄는 톱스타가 없는데도 대작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MBC ‘동이’와 SBS ‘자이언트’가 방영되고 있지만 탄탄한 줄거리와 연기자들의 열연을 앞세워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 드라마는 지난 5일 시청률 7.3%(AGB닐슨 미디어리서치)로 출발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탄력이 붙어 지난 20일 6회에는 두자릿 수(10.9%)로 올라섰다.

‘전설의 고향’과 비슷한 공포물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구미호’는 스릴러물이다. 드라마는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장면이나 갑작스럽게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면으로 공포감을 주지 않는다. 대신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등장인물의 갈등을 통해 시청자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주는 방법을 택한다.

예를 들어 구미호가 인간의 간을 노리는 게 아니라 인간이 구미호의 간을 노리는 설정이 그러하다. 자신의 딸 연이(김유정 분)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온 구미호 구산댁(한은정)은 명문 사대부 가장 윤두수(장현성)의 집에 더부살이한다. 윤두수는 구산댁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연이의 간을 탐내며 연이를 죽이려 든다. 괴병(怪病)에 걸린 딸 초옥(서신애)을 고치는데 연이의 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음모와 복수 속에 사랑과 모성애가 분출되면서 여러 층위의 갈등이 뒤섞인다. 구산댁은 연이를 지키려면 그 집을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윤두수를 향한 마음이 깊어지면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윤두수 또한 연이의 간이 필요하지만, 총명하고 귀여운 연이를 친딸처럼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딸과 연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갈등은 자주 흔들리는 화면과 기괴한 배경음악과 어우러지면서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전통적인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잘 옮겨 놨다. 익숙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모성애와 사랑을 녹여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드라마는 자신의 정체를 안 사람들을 죽이려 드는 구미호와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 간의 대립이 펼쳐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이미 6회에서 연이를 흠모하는 정규 도령(이민호)은 연이가 반인반수로 변한 모습을 보고 놀라고, 이 사실을 안 구산댁이 정규 도령을 죽이려는 내용이 방영됐다. 이 외에도 박수무당 만신(천호진)과 퇴마사도 구산댁의 정체를 파헤치려 들면서 구미호 모녀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김신일 담당 PD는 “이 시나리오는 지난해 KBS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 수상작이다. 줄거리는 이미 검증됐다. 여기에 연기자들의 열연과 신선한 연출 기법이 더해지면서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