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다-마리아의 손 닮은 ‘손 따뜻한 사람들’… 19년째 작은교회 목회자 가정 돕는 사랑손선교회
입력 2010-07-22 17:27
“삶이 너무 힘들어서 ‘하나님. 아버지. 살려 주세요’라고 기도노트에 빼곡히 적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사랑손선교회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어요. 하나님께서 까마귀를 통해 지쳐 있는 엘리아에게 떡과 고기를 제공하신 것처럼, 생활고와 사역에 지친 저에게 새로운 힘을 공급해 주었습니다.”(동두천 성민교회 윤의창 사모)
“누군가 사모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요. 월세와 아이들 학비도 내기 어려워 나를 위해 책을 사볼 생각조차 못했어요. 매월 내 이름이 쓰인 택배를 받을 때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환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 얼굴이 변했어요. 이렇게 웃고 있잖아요.”(인천 맑은샘교회 장혜정 사모)
사랑손선교회(대표 진명숙 목사)가 후원하는 작은교회 목회자 사모들의 목소리다. ‘작은자를 향한 마음’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다. 사랑손선교회는 바로 이런 마음으로 작은교회 목회자 가정을 돕고 있다. 지난 1992년 창립된 선교회는 당시 60명의 후원자가 다섯 가정을 돕는 것으로 시작해 그동안 700여 가정을 도왔다. 현재 80여명의 후원자들이 1만원에서 5만원 사이에서 헌금을 하고 있다. 선교회는 후원자들의 정성을 모아 ‘봉사하는 마르다의 손’으로, ‘말씀을 사모하는 마리아의 손’으로 사모의 마음을 어루만져왔다.
#봉사하는 마르다의 손으로
선교회는 현재 33개 교회에 매달 20만원과 10만원 상당의 물품과 도서를 지원하고 있다. 후원교회 대상은 가족을 제외한 출석성도 15명 이하의 미자립교회다. 진명숙 목사는 “생활에 지친 사모들이 새 힘을 얻고 행복해야 목회도 잘할 수 있다”며 “후원금은 꼭 가정생활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한다. 진 목사의 휴대전화엔 행복의 문자들이 수시로 수신된다. “목사님.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어젠 밝은 햇살을 받으며 머리도 예쁘게 했어요,” “식료품을 넣은 냉장고를 볼 때마다 마음이 꽉 찬 것 같아요.”
선교회의 대표적인 사역은 식품을 지원하는 ‘그릿시냇가’이다. 1만원이 없어서 시장에 못가는 사모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된 사역이다. 10만원 상당의 반찬을 중심으로 지원하지만 때로는 농협상품권을 주기도 한다. 처음엔 성장기의 자녀들에게 좋은 식료품들을 대량 구입해서 필요한 가정에 보내주기 시작했다. 요즘엔 후원가정으로부터 필요한 식품 리스트를 받아 집으로 배송해준다. 지원받는 일부 교회는 주일예배 후 교인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고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식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나눔 속의 나눔의 실천이다.
#말씀을 사모하는 마리아의 손으로
선교회는 교역자 가정들을 위해 물질적 지원만이 아닌 영적 지원을 한다. 도서제공과 영성훈련, 제자훈련, 전도훈련을 하고 있다. 교회 간의 연합을 통한 상생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야베스 전도단’과 ‘작은 불꽃’ 모임을 만들어 지역별로 전도품앗이와 중보기도를 진행하고 있다. 야베스 전도단은 교회 목회자들이 경인지역과 충청권 지역에서 결성한 ‘품앗이 전도모임’이다. 목회자 부부와 사모들 중심의 중보기도 모임 ‘작은 불꽃’은 교회의 부흥을 위해 합심기도와 큐티나눔을 하고 있다.
또 매월 40여권을 지원하는 독서파트너 사역도 호응이 뜨겁다. 그동안 1만권이 넘는 도서를 지원했다. 청주은혜교회 이영희 사모는 “책이 오면 온 가족이 돌아가며 읽는다”면서 “남편과의 대화거리도 늘어서 부부관계도 좋아졌고, 선교회 게시판에 독후감을 올리는 기쁨도 크다”고 말했다. 엘림교회 임정자 목사의 경우 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남편 사별 후 심적으로 육적으로 너무 힘들어 죽음 직전까지 갔었어요. 그때 사랑손선교회가 보내준 책을 받고 차츰 용기를 내기 시작했지요. 성경이 밥이라면 신앙도서는 반찬이라고 생각해요. 상처투성이의 나를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한명의 사모는 하나의 교회이다. 어려운 교역자 가정을 돕는 것은 하나의 간접선교이기 때문에 그들이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회원들의 목소리다. “아직도 추위와 굶주림을 참아가며 목회하는 어려운 교역자들이 많습니다. 쌀이 떨어져도 쌀이 없다고 말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를 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작은교회 목회자 사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랑의 손이 되고 싶습니다.” 작은교회 목회자 사모들을 ‘하늘나라 무보수 공무원들’이라고 부르는 진 목사는 지친 영혼들을 위해 하나님이 보내주신 작은 까마귀처럼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줄 후원자들을 기다린다(070-8822-8922).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