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첨지네 아이 이름은 왜 개똥이일까?

입력 2010-07-22 17:44


운수 좋은 날/전국국어교사모임/나라말

현진건의 단편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 첨지는 인력거꾼이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겠지만 이렇게 물어보면 대답은 궁해진다. 김 첨지가 그 운수 좋은 날에 벌었던 돈은 얼마인가. 당시 1원은 지금으로 치면 얼마나 되나. 소설 속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은 어떤 모습인가. 김 첨지 아이의 이름은 왜 하필 개똥이인가.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가.

‘운수 좋은 날’을 깊이 읽어보자. 인력거는 1910년대에 교자를 완전히 밀어내고 경성에서만 1만여대가 영업을 했다. 요즘의 택시와 비슷하게 회사 소유의 인력거를 일정한 돈을 내고 인력거꾼이 빌려서 운행했다. 소설에서 김 첨지가 정거장 인력거꾼의 등쌀이 무서워 남대문 정거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인력거를 세워두고 손님을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당시 큰 인력거회사 소속의 인력거꾼들은 손님 많은 곳을 차지하고 텃세를 부렸음을 유추해낼 수 있다. 소설 속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이란 1920년대 유행하던 트레머리를 뜻한다. 머리 손질에 1원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여자들도 요즘 강남족처럼 옷 사고 치장하는 데 어마어마한 돈을 썼던 모양이다. 치마 한 감에 30원, 양말 한 켤레에 3원, 분값에 4원을 했으니 월세 1원에 살던 김 첨지의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뚜름하게 비꼬고 있는 것이다.

‘운수 좋은 날’은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기획한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첫 권으로, 소설 속의 표현, 말투, 행동, 집기 등을 망라해 그 소설이 씌여진 연대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킨다. 눈에 확 띄는 기획물이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