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발표 연기 파장… 정부 ‘DTI 갑론을박’에 시장 불안 가중

입력 2010-07-22 00:25


정부가 21일 주택거래활성화 대책 발표를 미룬 것은 무엇보다 정책 효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이면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의 완화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정부는 ‘4·23 거래활성화대책’을 발표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큰 부담이었다. 국토해양부는 주택거래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비책으로 DTI 완화를 꼽았지만, 대출규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확고했다. 가계금융 부실 및 부동산 투기의 재현이 우려된다는 논리였다. 현 상황이 부동산 비수기라는 점도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됐다.

DTI를 둘러싼 경제부처 간 갑론을박이 정치권과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7·28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의 ‘선거용 대책’이라는 야당의 주장도 아픈 지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찬반 논란이 팽팽한 상황에서 정책이 발표될 경우 과연 정책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겠느냐”며 “차라리 발표를 안 하는 게 상책”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부처 간 혼란이 커지면서 당초 22일로 예고된 대책 발표는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검토→고심→논란→연기’로 이어진 정부 정책의 조율실패 과정을 지켜본 부동산 업계와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정책발표 일정까지 잡아뒀다가 연기한 것 자체가 정부 스스로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하는 수요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반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규정 부동산 114 콘텐츠팀장은 “현 시점이 부동산 비수기인데다 어떤 대책을 내놔도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본다”면서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 안정과 거래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전자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DTI 완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더 컸다는 것이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특정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나서 대책을 내놓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 일각과 업계에서는 향후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 시기를 다음달 말쯤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부동산 비수기인 휴가철(7월 말~8월 초)이 지난 뒤 개학과 이사철이 시작되는 8월 중·하순쯤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달 말로 예정된 정부의 내년도 세제개편안 발표를 전후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재찬 김도훈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