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등치는 대기업 ‘불공정 거래’ 특별조사

입력 2010-07-21 21:27

지난 20일 저녁 서울 영등포 한 숯불갈비집에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60여명이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났다. 쓴소리가 쏟아졌다. 요약하면 대기업 실적은 날로 좋아지는데 전혀 경기회복세를 체감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귀를 기울이던 정 총리는 그 자리에서 “대기업이 싫어할 정도로 중소기업을 응원하겠다”며 과거와 다른 정책을 약속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와 기술 탈취 등 부당행위를 대상으로 특별조사에 들어갔다. 여기엔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부도위기에 몰리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지자 이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9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특별점검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박상용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부처, 경제단체, 민간 전문가 등으로 ‘대·중소기업 거래질서 확립조사단’을 구성, 이달 안에 대기업의 부당행위 실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는 대기업에 대해 직권 현장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지난 5∼6월 실시한 10만개 기업(대기업 5000개, 중소 하도급업체 9만5000개)에 대한 서면실태 조사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기업들이 특별조사 대상이 될 것이란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현재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노동부, 중소기업청 등과 함께 ‘중소기업 현장점검단’을 별도 구성해 이달 초부터 전국 11개 공단 1500여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기업 부당행위에 대한 사전조사도 마친 상태다.

이처럼 관계부처가 망라돼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강요, 기술 탈취, 대금결제 지연 등의 문제에 대해 실태 점검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또한 고위직인 공정위 사무처장이 나서 조사단을 꾸린 일도 이례적이다. 정부가 그만큼 기업의 양극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큰 흑자를 낸 상당수 대기업이 조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 LG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직권 현장조사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느 기업이 조사를 받을지 지목할 수 없다”며 “그러나 업종으로 따지면 제조업이 집중 조사 대상이 될 것이며 특정 대기업도 혐의가 드러나면 예외 없이 대대적인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또 상습적으로 하도급업법을 위반하는 업체 명단을 내년 초 처음 공개하기로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