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윤리 위반 막을 대책 없나… “관행” 해명으로 끝? 선출직 교육감 검증장치 절실
입력 2010-07-21 21:47
국무총리나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의 인선 과정에서 논문 표절 같은 학문윤리 위반 여부는 검증의 필수요소가 됐다. 그러나 선출직 교육감은 시·도 교육행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데 반해 학문윤리 검증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교육감들의 연구실적 부풀리기, 중복 게재 등 학문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되자 선출직 교육감에 대한 사전 검증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뿌리 뽑기 위해 학문윤리 위반에 대해서도 당선 무효 등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권자에게 연구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의 학문적 업적이나 교육관, 연구실적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부 교육감들은 당선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선거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교육자로서 더 중요한 학문 윤리 위반에 대해서는 “관행이었다” “몰랐다” 등의 말만 반복하는 실정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에서는 교육감 선거 이전 단계부터 논문 등 연구실적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승문 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은 21일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자신이 썼던 논문이 문제가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자기 검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감 선거 운동기간이 짧은데다 연구윤리 위반 여부는 쉽게 판단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고해성사를 하라는 주장이다.
교육감 선거가 시·도지사 선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져 관심이 분산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교육감 선거 출마자들의 후보등록 시점을 같이 치러지는 다른 선거보다 앞당겨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해법으로 제시된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연구업적을 의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교육감 선거에 공개되는 자료는 재산, 병역, 학력 등 기본적 사항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논문 등 구체적인 연구실적이 공개돼야 유권자들이 제대로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선 무효도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제재 필요=일부 교육감들은 논문 자료 공개조차 꺼리는 게 현실이다. 교육감들이 재직했던 대학들도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다.
독고윤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논문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는 행위는 연구와 특허를 혼동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허는 개인의 지적 재산이지만 논문은 대중에게 발표한 이후부터 공공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독고 교수는 “연구윤리 위반이 드러나도 학계에서 퇴출시키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윤리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교육감직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다. 학문윤리 위반도 선거법 위반만큼 엄격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이나 제도를 시행해 ‘당선되더라도 교육감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교육감들에 대해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셌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행법상 교육 경력이 5년 이상인 교육자들로 교육감 후보자가 제한돼 있다”면서 “학계에 자정 능력이 없다면 비교육계 인사들도 교육감 후보로 나서 공개적인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유리 노석조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