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2010] 11월 11~12일 대한민국, 세계의 심장이 된다

입력 2010-07-21 21:29


“몇 달 전 우리 대기업 회장과 만나 절 참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셨더군요. 안부 인사 잘 받았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죠?”(이명박 한국 대통령)

“네. 덕분에요. 간 총리는 녹차 아이스크림 준비는 해두셨나요? 하하”(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물론이죠. 아주 맛있는 것으로 준비해뒀습니다. 룰라 대통령께서는 건강이 좋아 보입니다. 금연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간 나오토 일본 총리)

“네. 이렇게 좋은 걸 왜 50년 동안 그러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아, 참!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건강하시지요? 안부 전해주세요.”(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그럼요. 잘 지내죠. 요즘 내년 대선 준비로 바쁘십니다. 오늘 날씨 참 좋네요. 그렇죠?”(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그렇네요. 다들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뵙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만찬장. 세계 각국 정상들의 화기애애한 대화를 가상으로 꾸며봤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바마 대통령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만나 한 얘기를 꺼냈다. 어린 시절 녹차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했다는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간 총리가 건넨 말을 기억했다. 간 총리는 올해 들어 건강을 위해 금연을 시작한 룰라 대통령에게 덕담을 던졌다. 또 룰라 대통령은 과거 친분이 있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112일이 남았다. 11월 11일부터 12일 1박2일간 세계는 서울을 주목한다. 2008년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발발된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G7(주요 7개국) 체제로는 이를 막아내기가 힘들다는 판단이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퍼졌다. 그해 11월 한국을 포함한 G20이 탄생했다. 그리고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토론토에서 네 차례에 걸친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제 서울이다. 신흥국인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위기 이후 신 경제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8시간은 짧다. 각국 정상들은 정상회의 개최 전인 10일부터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하는 ‘G20 비즈니스 서밋’ 행사 참여를 위해 속속 한국에 도착하게 된다. 다수가 11일 전용기로 입국을 하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차 대전 종전기념식 때문에 12일 방문 예정이다. 이렇게 방한한 정상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정상회의가 개막되는 11일에는 숙소에 짐을 풀고 잠깐 휴식 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국가별로 양자회담을 시작한다. 이어 공식 환영식과 리셉션을 마친 후 사실상 첫 회의를 시작하는 업무만찬을 갖는다. 모든 정상이 편하게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세계경제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입맛에 맞지 않는 정상을 고려해 꼭 한식이 차려지진 않을 것이고 지난번 부산에서 열렸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때 큰 인기를 얻지 못한 막걸리 대신 와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설명이다. 영부인들도 별도 만찬을 갖는다. 첫날의 모든 일정을 마친 시각은 오후 9시30분쯤.

둘째 날인 12일엔 오전 9시부터 회의가 시작된다. 마라톤 논의는 점심시간대인 12시를 넘긴다. 기념촬영과 청년들을 만나는 시간도 있다. 오후 1시를 넘겨서야 정상들은 점심식사를 챙겨먹으며 다시 주요 이슈들에 대해 토론을 시작한다. 오후 4시 남짓 모든 회의를 마치고 공동성명서(코뮈니케)를 발표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은 끝이 난다.

이후 교포간담회 등 개별 일정을 마친 정상들은 전용기를 이용해 한국을 떠난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정상들은 다음날 있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가를 위해 하루 더 서울에 머물면서 G20준비위가 마련한 갖가지 문화행사를 즐기게 된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