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사헬지역 국가들 식량난… 1000만명 ‘餓死’ 위기

입력 2010-07-21 21:25


나이저 강가의 덤불 속에서 튀어나온 도마뱀이 근처에 있는 바오밥나무로 재빨리 올라갔다. 사람들이 “저기 보(bo)다!”라고 소리치며 나무 아래로 달려갔다. 그들에게 도마뱀은 중요한 식량이었다. 강가의 카림 마을 지도자 무스타파는 “보는 맛과 형태가 생선 같고 속살은 하얗다”고 말했다.

우물가 그늘에선 아기를 안은 여성들이 주석 그릇에 담긴 타톨라 나뭇잎을 먹기 위해 손질하고 있었다. 한 여성은 “수수껍질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들은 점점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BBC방송에서 보도한 니제르의 참혹한 실상이었다.

구호단체들도 올해 초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사헬지역에 ‘소리 없는 위기’가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니제르의 한 병원에서 생후 13개월 된 아비우를 만났다. 침대에 누워 있는 아기의 몸무게는 4.5㎏에 불과했다.

유엔이 사헬지역에서 극심한 식량 부족으로 1000만명이 굶주리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인도적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사헬지역은 아프리카 최서단의 베르데곶에서 동쪽의 수단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은 세네갈, 모리타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나이지리아, 차드, 수단, 소말리아의 일부를 덮고 있다. 평화인도적 뉴스 공급사이트인 톰슨로이터는 사헬지역을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은 사헬지역의 식량 문제가 올해 더 나빠진 이유로 지난해 강수량 부족 문제를 꼽았다. 우기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곡식 생산량이 턱없이 적었고 식량 가격은 폭등했다. 가축도 야위었다. 2008년과 비교해 지난해 니제르의 곡물 총생산은 30% 급감했고, 가축 사료용 곡물도 62%나 부족했다.

사헬지역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은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와 차드다. 이 두 나라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니제르의 5세 이하 어린이 3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에 처해 있다. 국제사회는 니제르에 이미 1억4200만 달러를 지원했거나 지원을 약속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존 홈스 유엔 인도주의업무 담당 조정관은 “니제르는 인구의 절반가량인 700만명이 식량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서 “2억3000만 달러(약 2778억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니제르와 이웃한 차드의 사정도 다를 바 없다. 현재 차드는 5억4200만 달러의 원조가 필요한데 국제사회는 이 가운데 45%만 지원을 약속했다. 160만명이 식량난과 영양실조에 직면한 셈이다. 이 밖에 말리, 모리타니, 부르키나파소, 카메룬, 나이지리아도 식량 부족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홈스 조정관은 “식량이 없을 뿐더러 식량이 있어도 돈이 없어 사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인도적 참사를 피하려면 좀 더 신속하고 계획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