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주제 겹치기 출연 ‘상습 제보자’ 어쩌나…프로그램 신뢰도 떨어뜨려
입력 2010-07-21 10:42
여러 프로그램에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상습 제보자’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로 음식, 건강, 취미 등을 다루는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상반된 주제의 프로그램에까지 중복 출연해 해당 프로그램의 신뢰에 흠집을 내기도 한다.
지난 4일 SBS 한 방송에는 두 아이에게 치킨, 피자와 같은 배달음식과 패스트푸드를 먹이는 한 엄마의 사례가 나왔다. 아이 엄마 한모씨는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니 두 아이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졌고 그 결과 정서가 불안하고 학습능력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방송은 한씨의 사례를 보여주며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씨는 지난 1일 KBS2 한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수년째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지킨 덕분에 치질을 고친 사례로 등장했다. 한씨의 냉장고에는 다양한 나물과 채소가 가득했다. 한씨는 균형 잡힌 식단과 채식 위주의 식습관 덕분에 아이와 자신이 모두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두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 한관희씨는 “동일인물이 서로 다른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본인은 치질 때문에 채소 위주의 식이요법을 하는데 아이들은 일주일의 대부분을 외식 및 패스트푸드로 식사한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예는 한씨 경우만이 아니다. KBS 생활 정보 프로그램의 한 작가는 “고시원에 혼자 사는 사람을 모집할 때 지원한 사람이 댄스를 좋아하는 사람 모집에도 응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TV에 나와서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지원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자신이 운영하는 헬스클럽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에 반복적으로 출연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과 제보자가 워낙 많다보니 이들을 일일이 확인해 ‘상습 제보자’를 가려내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시민 출연자는 방송의 리얼리티와 직결되기 때문에 선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흥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민 출연자의 모순된 언행은 프로그램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준다”면서 “출연자를 찾는 시간을 충분하게 주고 섭외된 사람의 주변까지 취재해 진실성을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