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교회… ‘목회자 윤리규정’ 시급하다
입력 2010-07-21 18:03
최근 ‘목회자 윤리규정’을 만들고 교단 차원에서 엄정한 기준과 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도자들의 실수나 비윤리적 행동은 교회 전체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도덕성과 영성과 공동체성이 필요하다=목회자 윤리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300여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 공동체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일부 사사들로 인해 위기와 고통을 당했다. 사사들은 백성을 하나님께 이끌기는커녕 여호와의 목전에서 악을 행하기에 바빴다. 그 결과 사회의 기초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백성을 대표해 하나님을 섬겨야 할 제사장은 우상을 가지고 다녔으며(삿 18:20) 단 지파는 제사장직을 마음대로 부여했다(삿 18:30). 하나님을 섬기는 데 힘써야 할 레위인은 첩과 함께 허송세월하다가 불량배들을 만나 위기에 빠진다. 레위인은 위기를 모면하고자 첩을 내주고,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첩을 열둘로 나누어 이스라엘 사방에 보낸다. 이것은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확대됐고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삿 19∼21장).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손인웅 목사는 “목회자라 하면 상당 수준의 경건과 영성, 신학훈련을 거쳐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만 남을 지도하고 사회를 계도할 수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도덕성과 영성, 공동체성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는 소명이다”=대부분 교단은 목회자 윤리문제를 교회의 상급조직인 노회(지방회)에서 다룬다. 하지만 노회조직이 허술한 경우가 많은 데다 지역 목회자들로 구성되다 보니 처벌이 쉽지 않다. 특히 판단 기준을 삼는 ‘교단 헌법’이 목사의 자격이나 직무에 한정돼 있기에 해석의 여지가 많고 징계에 불복해 교단을 탈퇴하거나 노회를 이동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한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2003년 목회자의 품위와 경제·가정·교회 생활 등을 담은 ‘목회자 새 윤리실천 강령’을 발표했다. 2006년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감리교 목회자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선 2004년 ‘교직자 윤리강령’을 상정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노영상 장신대(기독교윤리학) 교수는 “목회자라면 하늘나라 소명뿐 아니라 일반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면서 “신학교육 현장이 너무 테크니컬한 목회방법론에 치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외국교회의 경우 목회자 윤리규정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기 때문에 철저한 징계와 회복의 과정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도 무조건 ‘은혜롭게’ 처리하기보다 윤리규정을 명문화해 분명한 처벌과 회복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목회는 직업(career)이 아닌 소명(calling)이다. 하나님의 특별한 소명을 받은 지도자가 도덕성을 상실한다면 권위와 신뢰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양은 목자의 음성에 순종한다. 목자의 실수는 양 무리의 혼돈을 가져온다. 목회자의 사명과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