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 등치는 경매 비리 척결하라

입력 2010-07-21 20:37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또다시 대규모의 조직적 경매 비리가 적발됐다. 낙찰가 조작과 허위 상장 판매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온 경매사와 농산물유통업자, 무허가 도매상 등 수십 명이 엊그제 무더기로 기소됐다.

경매사들은 전자경매 단말기를 조작해 대규모 출하업자의 낙찰가를 최대 30%까지 높여 중도매인들에게 팔았다. 농산물을 비싸게 산 중도매인의 손실은 영세 농민이 출하한 농산물 낙찰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보전해 줬다. 경매사들이 소속된 도매시장법인은 수수료 수입 증가로 이득을 보았다. 가락동 도매시장의 모든 거래 주체들에게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가격 조작 행위가 이뤄진 것이다. 결국 피해는 턱없이 비싸진 농산물을 사먹게 된 소비자와 헐값에 농산물을 판 영세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가락동 도매시장의 관리 주체인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위해 2000년부터 전자경매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관리상의 허점으로 범죄에 이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매업체가 농수산물공사에 실시간으로 보내게 돼 있는 경매 기록의 전송을 막아 놓아 자료 조작이나 삭제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이다. 적발된 경매사들은 2년간 무려 2857차례나 단말기의 ‘보류(ESC)’ 버튼을 눌러 경매를 중단시키고 수의매매나 손가락을 사용한 수지식 경매로 낙찰가를 조작했다니 전자경매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게 운용됐는지 알 만하다.

가락동 도매시장에서는 1997년에도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경매하지도 않은 청과류를 경매한 물품으로 둔갑시켜 폭리를 취했다가 적발됐다. 당시나 지금이나 주무당국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비리 재발을 막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 6660억원을 투입해 가락동 시장 시설 현대화 작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용 시스템을 철저히 갖추는 것이다. 다른 농수산물도매시장에도 이런 비리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