延大학생들 “성희롱 발언 사실”…강용석 파문 확산
입력 2010-07-22 00:18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여성비하·성희롱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전날 아나운서 발언에 이어 21일엔 여성 국회의원 외모를 품평한 발언까지 불거졌다. 사안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7·28 재·보궐 선거를 앞둔 여야와 당사자는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꾀함)하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 윤리위원회의 강 의원 제명 조치에 힘을 실어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반면 야당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 16일 대학생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참석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을 지칭하며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밥 한번 먹고 싶어 줄을 설 정도”라고 말했다. 또 “여성 의원 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며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이 없다”고도 했다.
나 최고위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할 말이 없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조기에 이 사건을 처리한 당 윤리위를 보며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변화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강 의원 제명 조치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서병수 최고위원도 “윤리위 조치는 시의적절했다”고 거들었다.
안상수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이야기를 드린다”며 “당직자, 의원 모두 품위를 유지하고 기강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지도부가 윤리위 결정을 전폭 지지함에 따라 의원총회가 소집된다면 강 의원 제명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토론 동아리 YDT(Yonsei Debate Team) 회원들까지 입장을 밝히면서 강 의원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학생들은 “강 의원의 발언은 실제 있었다”며 “강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장상 후보 선대위 연석회의에서 “강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공직자로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국회 윤리위원회가 역할을 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의원 제명 조치를 촉구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아나운서연합회장인 KBS 성세정 아나운서는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지위의 사람인 만큼 책임져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와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 의원 측은 “와전된 얘기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며 “여성 의원을 언급한 발언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처음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언론에 대해선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신청키로 했다. 또 당 윤리위에 재심도 청구할 예정이다.
정승훈 박지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