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을 향한 사역, 우리 곁에 온 외국인 룻 어떻게 대하고 전도할까

입력 2010-07-21 20:46


최근 스무 살의 베트남 여성이 결혼이주 7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엉터리 국제결혼의 폐해이자, 결혼이민 등에 따라 형성된 다문화 가정의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이었다.

이제 다문화(multi-culture)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한국교회의 피할 수 없는 선교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약 120만명. 이들에 대한 선교가 곧 세계복음화의 시금석으로 인식된다. 한국교회는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신앙’을 요구받고 있다. 예수님도 유대뿐 아니라 수많은 이방인 마을에서 사역했다. 성경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명기하고 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

강성열 호남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는 구약성서 속 사례를 통해 이에 대한 대답을 모색했다. 강 교수는 21일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열린 ‘제9회 바른교회아카데미 연구위원회 세미나’에서 ‘구약성서의 이주민 신학과 한국사회의 다문화 가정’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창세기 16장에 등장하는 애굽 여성 하갈은 외국인 노동자(여종) 신분에서 국제결혼 이주여성(아브라함의 첩)으로 신분의 변화를 경험한다. 아브라함의 아이를 가진 하갈은 그의 아내 사래에게 학대를 받다가 도망쳐 광야에서 여호와의 사자를 만났다. 그 사자는 하갈에게 “집으로 돌아가서 사래에게 복종하라. 네 씨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고 약속의 말씀을 준다. 강 교수는 “하나님은 여주인 사래보다는 사회적 약자인 하갈의 편에 서 계신다는 점, 하갈이 인간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받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고통당하는 이주여성과 그들의 자녀를 하나님의 심정으로 찾아나서는 따뜻한 사랑의 실천자들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세기 38장에 나오는 결혼 이주여성 다말은 남편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목적으로 시아버지 유다와 동침했고, 명예와 목숨까지 내건 과감한 행동으로 상속자를 얻을 수 있는 며느리의 지위를 유지했다. 유다는 다말에 대해 ‘나보다 옳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모압 출신 이주여성 룻의 경우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지조를 지키고,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성실하게 지켜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입었다. 부호 보아스와 결혼해 다윗의 조부 오벳을 낳게 된다. 이는 결혼 이주여성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들, 구체적으로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에 의해 해결돼야 마땅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강 교수는 이런 사례들을 든 뒤 “이스라엘 백성이 다문화 가정에 속한 결혼 이주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줘야 한다는 게 구약성서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장훈태 백석대 교수는 “한국교회가 이주민들을 사회통합의 주체로 인정하고 공존 방법을 찾아내 실천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교회의 사명인 선교사역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문화 사회란 한 나라 안에 몇 가지 문화가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인류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소중한 존재다. 교회는 다문화를 향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는 다문화를 포용하고 배려하는 ‘선교적 교회’로 거듭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