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의 안식 ‘쉼’… 일상에서 잠시 내려 걸어온 길 돌아보다

입력 2010-07-21 17:25


한국 목회자들에게 안식은 어쩌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울 만큼 1주일 내내 이어지는 설교에, 심방과 행정까지 겹치다 보면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한 목회자는 이런 목회자들의 현실을 ‘부잣집 머슴’에 빗대기도 했다. 두 목회자의 사례를 통해 목회자에게 안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짚어봤다.

인천 불로동 영광교회 박희찬(56·왼쪽 사진) 목사는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안식년을 가졌다. 17년간의 직장 생활, 13년간의 목회 등 30여 년간 쉼 없이 달려온 뒤 겪은 탈진현상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사역하는 동안 여러 번 몸의 이상을 감지했지만 ‘내가 없으면 교회에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마음 놓고 안식년을 가질 수 없었다”며 “하지만 기관지와 폐기능이 약화돼 어쩔 수 없이 6개월을 쉬게 됐다”고 밝혔다. 우선 전라도의 전인치유센터에서 3개월을 보냈다. 육체적 탈진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수소문한 끝에 좋은 자연환경에 유기농 자연식을 제공하는 곳을 찾은 것이다. 나머지 3개월은 경기도의 모새골에서 안식을 가졌다. 매일 새벽 묵상을 하고 노동과 운동으로 규칙적인 일과를 보냈다.

6개월의 안식은 박 목사에게 목회의 분수령이 됐다. 그는 “그동안의 나의 목회적 특징은 한마디로 분주함이었다”며 “그래서 교인들도 나에게 차마 심방이나 상담을 부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식년을 통해서 나 자신과 목회사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 내 생각을 많이 내려놓고 묵상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인도함을 받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안식년을 가질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 목회자들에게 박 목사는 “교회 형편에 맞게 미리 안식을 준비한다면 담임목사가 교회를 떠나 있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광교회의 경우는 교단(예장 합신) 내 목회자와 교수들이 박 목사의 부재 기간에 각각 설교를 감당했다.

경기도 광주 새언약교회 최영호(54·사진) 목사는 수년 전 과로로 쓰러져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의사는 더 이상 목회가 어려울 거라고 했지만 기적처럼 회복했다. 병원장은 “병원이나 약을 의지하지 말고 진정한 건강 회복과 관리를 위해서는 산행을 하라”고 조언했다. 4년째 이어오고 있는 최 목사의 등산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산악회 회원들이나 교우들과 함께 매주 산을 오르는 것은 이제 사역만큼이나 중요한 일정이 됐다.

최 목사가 들려주는 ‘목회자가 등산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꼭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등산을 통해 수용을 배운다. 누구나 받아들이는 산을 통해 진정한 수용을 배운다는 것이다. 또한 인내를 배운다. 자신과 싸우며 정상을 오르다 보면 어떤 문제든 참고 인내해야 한다는 삶과 목회의 원리를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최 목사는 “책 속에만 진리가 있지 않고 자연 속에 더 큰 진리가 널려 있는 것을 등산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며 “목회자가 사람만 상대하다 보면 마음 그릇이 소심해지고 약해지기 일쑤인데 등산을 통해 목회자의 마음 그릇을 넓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목회자에게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목회자의 건강과 여유, 행복은 곧 목회자 가정은 물론 교인들의 행복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란 것. 최 목사는 “목회자들이 영과 육의 균형감각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를 먼저 누리고 즐거워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목회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