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속 이주여성들, 그들은 어떻게 주류가 되었나
입력 2010-07-21 16:28
[미션라이프] 최근 스무 살의 베트남 여성이 결혼 이주 8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엉터리 국제결혼의 폐해이자, 결혼이민 등에 따라 형성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열악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이었다.
한국교회는 다문화 가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강성열 호남신학대학교 교수는 구약성서 속 사례를 통해 이에 대한 대답을 모색했다. 강 교수는 21일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열린 ‘제9회 바른교회아카데미 연구위원회 세미나’에서 ‘구약성서의 이주민 신학과 한국사회의 다문화 가정’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창세기 16장에 등장하는 애굽 여성 하갈은 외국인 노동자(여종) 신분에서 국제결혼 이주여성(아브라함의 첩)으로 신분의 변화를 경험한다. 아브라함의 아이를 가진 하갈은 그의 아내 사래에게 학대를 받다가 도망쳐 광야에서 여호와의 사자를 만났다. 그 사자는 하갈에게 “집으로 돌아가서 사래에게 복종하라. 네 씨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고 약속의 말씀을 주신다. 강 교수는 “하나님은 여주인 사래보다는 사회적 약자인 하갈의 편에 서 계신다는 점, 하갈이 인간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받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고통당하는 이주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하나님의 심정으로 찾아나서는 따뜻한 사랑의 실천자들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세기 38장에 나오는 과부이자, 결혼 이주여성 다말은 남편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목적으로 시아버지 유다와 동침했고, 이러한 명예와 목숨까지 내건 과감한 행동으로 상속자를 얻을 수 있는 며느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유다는 다말에 대해 “나보다 옳도다”라고 평했다. 강 교수는 “이는 다문화 가정 문제가 결혼 이주여성 자신의 주체적 노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며 “한국교회도 가정을 올바로 세우기 위한 이주여성의 주체적 노력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압 출신의 이주여성 룻의 경우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지조를 지키고,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성실하게 지켜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입었으며, 부호인 보아스와 결혼해 다윗의 조부 오벳을 낳게 된다. 이는 “결혼 이주여성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들, 구체적으로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에 의해 해결돼야 마땅함을 가르쳐 준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런 사례들을 든 뒤 “이스라엘 백성이 다문화 가정에 속한 결혼 이주여성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줘야 한다는 게 구약성서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