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백룡동굴’ 시간이 빚어낸 최고의 예술품

입력 2010-07-21 18:05


5억년 신비의 백룡동굴이 드디어 신비의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일부터 일반에 공개된 평창 백룡동굴은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국내 최초의 체험형 동굴. 탐사는 붉은색 탐사복장으로 갈아입는 것부터 시작된다. 장화도 신어야 하고 헤드랜턴이 부착된 안전모도 써야 한다. 백운산 자락 벼랑에 설치된 300m 길이의 나무다리 아래로 동강의 푸른 물줄기가 넘실거린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백룡동굴은 여느 동굴과 달리 종유석 등을 보존하기 위해 조명과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 수로를 건너 200m쯤 전진하자 어른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어둠 속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

‘개구멍’으로 불리는 통로는 낮은 포복 자세로 기어가야 할 정도로 좁다. 뚱뚱한 사람은 구멍을 통과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의 관람을 제한하는 이유다.

구멍을 빠져나오자 형형색색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 동굴 생성물들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여느 동굴에서는 보기 힘든 막대기형 석순도 백룡동굴에서는 흔하다. 혹은 미사일 같고 혹은 도깨비방망이를 닮은 석순, 피아노 형태의 종유석, 동굴방패 등 신기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들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일반에 개방된 백룡동굴의 길이는 780m. 천장이 낮은 구간이 많아 허리를 굽히거나 오리걸음을 해야 한다. 다시 한번 낮은 포복으로 종유석 틈새를 통과하자 동굴의 막장인 대형광장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대형 종유석과 석주, 석순이 군락을 이룬 광장의 최대 볼거리는 에그프라이 모양의 석순 군락. 떨어지는 물에 의해 석순의 색깔이 노랗게 변해 붙여진 동굴 생성물이다.

안내자의 제의에 따라 탐사자들이 모두 헤드랜턴을 껐다. 희미한 불빛이 하나 둘 사라지자 동굴은 우주 탄생 초기의 암흑공간을 연출한다. 빛이 없는 완벽한 암흑의 세상은 한때 박쥐들이 살던 생명의 공간이었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정선 방향으로 한 시간쯤 달리면 마하리 마을 입구다. 마하리에서 진탄나루를 거쳐 동강을 거슬러 오르면 백룡동굴이 나온다. 입장료는 어른 1만5000원. 청소년 1만원. 1회 20명씩 하루 180명만 입장이 허용된다(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033-334-7200, www.maha.or.kr).

평창=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