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가자 피서지로”
입력 2010-07-21 14:47
낮에는 무덥고 습해 끈적끈적하게 느껴지고, 휴식을 취해야 할 밤에는 숨이 턱턱 막혀 잠도 잘 오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는 등 전국이 가마솥처럼 후끈거리고 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당분간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는 물론 수은주가 25.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에선 못 자겠다" 야영지.피서지 북적 =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의 야영지와 피서지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밤에도 수은주가 20도 이하로 떨어진다는 해발 800m의 대관령에는 밤잠을 설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피하며 삼겹살을 곁들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또 동굴 안쪽의 기온이 14∼15도에 불과해 냉장고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드는 동해시 천곡동굴에도 더위를 피해 찾아온 주민들이 알뜰 피서를 즐기고 있다.
대구시 팔공산에는 더위를 피해 모여둔 주민들로 텐트촌이 형성됐고, 경북 구미시 금오산야영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50동의 텐트가 설치됐다.
금오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측은 "여름이다 보니 더위를 피해 야영장에서 밤을 보내는 시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농가 비상..가축폐사 우려 = 푹푹 찌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고통을 받기는 가축도 마찬가지다.
전국 곳곳의 축산농가에서는 대형 환풍기와 선풍기를 모두 가동하고 지붕에 연방 물을 뿌리며 가축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례로 강원도에서는 계속되는 찜통더위 탓에 달걀생산량이 평소보다 30% 이상 감소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충북지역 축산농가들도 축사에 햇볕이 들지 않도록 가림막을 친 뒤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등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영양제를 섞은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무더위가 계속될 경우 피해 발생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충북 진천에서 4만여마리의 닭을 기르는 최모(62)씨는 "선풍기를 온종일 가동하고 있지만, 무더위가 계속되면 닭이 죽어갈 것은 뻔하다"면서 "무더위도 조류독감 못지않은 무서운 적"이라고 말했다.
기업체도 직원들이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야간 근무자들에게는 화채를 제공하고 아이스크림 파티를 여는 등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폭염 속 지자체 "바쁘다 바빠" = 낮에는 30도를 훌쩍 넘어서고 밤에도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무더위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약자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북도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문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도내 12개 시.군에 2천580개의 '무더위 쉼터'를 설치했다.
일선 기업체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1∼3시에는 근로자들에게 휴식시간을 줄 것을 당부했다.
경북도도 독거노인의 건강을 돌보는 생활관리사에게 폭염정보를 실시간 전달해 대처하도록 하고, 마을방송을 통해 폭염특보 발령 상황과 행동 요령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소방서도 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119구급대를 배치했는가 하면 노인시설에는 생리식염수나 얼음팩 등 구급 장비를 추가 비치했다.
경북도 강철구 노인복지과장은 "소방서와 의료기관 등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독거노인이 폭염으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