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고품격 시민윤리 필요한 때다

입력 2010-07-21 10:36

[미션라이프] 거짓말, 폭행, 고소·고발, 살인, 성추행….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담스러운 사건이 극소수 목회자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시민윤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히 구별된 성직자로 착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문제는 이런 비행이 한국교회 전체를 깎아내리고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끼친다는 데 있다.

◇무책임한 사사들, 사회 기초를 흔들다=목회자 탈선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300여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사사들로 인해 350년의 암흑기를 맞는다. 오늘날로 말하면 목회자인 사사들은 백성을 하나님께 이끌기는커녕 여호와의 목전에서 악을 행하기 바빴다. 그 결과 백성들은 전쟁에 시달렸고, 우상의 죄악 속에 빠져 살았다.

야일이라는 사사는 첩을 많이 뒀기 때문에 아들이 30명이나 되고 많은 재산을 취했다는 게 그의 이력 전부다(삿 10:4). 백성을 대표해 하나님을 섬겨야 할 제사장은 우상을 가지고 다녔으며(삿 18:20) 단 지파는 제사장직을 마음대로 부여했다(삿 18:30).

하나님을 섬기는 데 도와야 할 레위인은 첩과 함께 허송세월하다가 불량배들을 만나 위기에 빠진다. 레위인은 위기를 모면하고자 첩을 내주고,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첩을 열두 덩이로 나눠 이스라엘 사방에 보낸다. 이것은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확대됐고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삿 19~21장). 나실인의 삶을 소홀히 여겼던 삼손(삿 13~16장)이나 제물을 탈취하고 성적으로 문란했던 홉니와 비느하스(삼상 2:12~17, 22~24)의 모습은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문제는 이 같은 사사의 잘못된 행동이 사회 기초까지 흔들었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손인웅 목사는 “목회자라 하면 상당 수준의 경건과 영성, 신학훈련을 거쳐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만 남을 지도하고 사회를 계도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한국교회가 그동안 무분별하게 너무 많은 목회자를 양산했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목사는 “도덕성과 영성, 공동체성의 문제를 강화하지 못한다면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이것은 기독교 존폐에 관한 문제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의식이 결여된 목회자? 선교의 장애물!=목회는 직업(career)이 아닌 소명(calling)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직업 이상의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장 칼뱅은 소명을 야망이나 탐욕, 이기적 갈망을 내려놓은 내적 부르심(secret call)과 거룩한 삶, 교리로 나타나는 교회적 부르심(churchly call)으로 나누었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특별한 사명을 받은 목회 전문가이자 사랑의 실천가다. 이런 지도자가 성적 탈선이나 금전문제, 권한 남용 등으로 도덕성을 상실한다면 권위와 신뢰 추락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또 교회를 향한 사회의 불신을 불러일으켜 선교의 길까지 막는다.

노영상 장신대(기독교윤리학) 교수는 “목회자라면 하늘 나라 소명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시민으로서 소양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면서 “신학교육 현장이 너무 테크니컬한 목회방법론에 치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외국교회의 경우 목회자 윤리규정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기 때문에 철저한 징계와 회복의 과정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경우 문제가 터지면 ‘은혜스럽게 처리하자’며 버티다가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면서 윤리규정 명문화와 철저한 처벌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경은 목회자를 교사, 전도자, 청지기, 양 무리의 본이 되는 사람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은 그 중요성을 아시기에 요한복음 10장에서 선한 목자와 삯꾼으로 대비시키셨다. 영혼 구원의 리더인 목회자가 사사시대처럼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삯꾼은커녕 선교의 장애물까지 된다는 것을 오늘 한국사회가 증명해준다.

오늘도 거짓말과 폭력, 고소·고발, 성적 탐닉을 추구하는 영적 지도자에게 하나님은 묻고 계신다. “너는 아모스·예레미야냐, 아니면 아마샤·하나냐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