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정치자금법 위반’ 한명숙 前총리 다시 기소

입력 2010-07-20 21:57

검찰이 뇌물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검찰은 새로운 범죄 혐의가 포착됐다는 입장이지만 한 전 총리 측은 전형적인 표적수사라고 반박하고 있어 법정 공방과 함께 정치적 논란이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2007년 건설업자로부터 현금 4억8000만원, 미화 32만7500달러, 1억원권 자기앞수표 1장 등 모두 9억7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04년 총선 직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갑 지역구에 있는 건설업체 H사 빌딩에 사무실을 차리면서 이 회사 대표 한모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이후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하고 자신의 아파트 하자보수를 맡기는 등 친분을 쌓다 총리로 재직하던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으로 한씨와 중견 건설업체 회장 2명을 초대해 만찬을 갖기도 했다. 이날은 한 전 총리가 총리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 날이다. 한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씨는 2007년 한 전 총리가 나섰던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움을 주면 자신 사업체의 사세가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 전 총리가 대규모 종교시설 신축공사 수주 문제를 알아봐 주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그해 3월 말 “3억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한씨 제안을 받고 “1억원은 달러로 주면 좋겠다”고 승낙했다. 며칠 뒤 한씨는 한 전 총리 아파트 부근에서 현금 1억5000만원과 미화 5만 달러, 1억원 수표 1장을 한 전 총리가 직접 운전해 온 승용차 뒷좌석에 건넸다. 또 같은 해 4월 말∼5월 초 현금 1억3000만원과 미화 17만4000달러를, 8월 말∼9월 초에도 현금 2억원과 미화 10만3500달러를 한 전 총리 아파트에서 추가로 건넸다. 돈 전달에는 모두 여행용 가방이 동원됐다. 검찰은 한 전 총리 측근 김모(50·여)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검사는 “한 전 총리가 형사사법 절차에 따른 수사에 응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대규모 변호인단을 거느린 전직 총리가 진술거부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공소사실 자체가 사실 무근으로,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겠다”고 반박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