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가 인도적 대북 지원 숨통 틔웠다
입력 2010-07-20 18:48
천안함 사태 이후 전면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본격 재개될 전망이다. ‘아사 직전의 북한 주민을 구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기독교계의 촉구가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지난 17일 밀가루 19t을 남북나눔운동본부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통해 북한으로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기장 총회가 지난해부터 ‘북녘동포와 함께하는 국수 한 그릇 나누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북한에 보내오던 지원품의 6월 발송분량이었다. 총회는 이번에 총 95t의 밀가루에 대한 송출 허가를 통일부로부터 받았다며 나머지 분량은 19t씩 매주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강변교회 김명혁 원로목사,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등이 주축이 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오는 26일 300t의 밀가루를 육로를 통해 북한에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목회자 5명을 포함한 30명의 종교인이 동행하려던 계획은 지난 16일 통일부가 불허함에 따라 운전기사를 포함한 5∼6명의 실무자만 판문점을 건너가는 것으로 변경됐다. 종교인모임 측은 19일 성명서를 발표해 방문단 축소에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종교인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고 식량난으로 곤경에 처한 동족에게 사랑의 식량을 보내는 일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남한에 하늘이 내려주신 풍성한 양식을 기아선상에 있는 북한 동포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하늘의 뜻에 따르는 일이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평화통일위원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회봉사부, 기독교대한감리회 서부연회, 한반도에큐메니컬포럼 등도 다음달 5일 인천항에서 예배를 드리고 76t의 밀가루를 북한에 보낸다. NCCK 황필규 정의평화국장은 “통일부가 인도적 지원 신청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달 초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열린 미국장로교회(PCUSA) 총회는 앞으로 협력 관계에 있는 예장 통합 총회를 창구로 삼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총회에 참석했던 이승렬 예장 통합 사회봉사부 총무는 “복음의 씨앗을 뿌린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 강력하게 지원하는 한편 기도에 힘써야 한다는 데 PCUSA 총회 전체가 찬성했다”고 전했다.
기독교계는 이번에 물꼬를 튼 대북 인도적 지원이 앞으로는 남북관계 경색과 관계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NCCK 권오성 총무는 “교회의 인도적 지원은 그 양이 많지 않지만 남북 평화를 위한 ‘몸으로 드리는 기도’인 셈”이라면서 “교회만의 노력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나 정부 지도자들 사이에도 그 필요성이 인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한에 남아돌아 문제가 되고 있는 쌀의 대북 지원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