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선희] KBS 이사장 ‘과잉 예우’

입력 2010-07-20 18:26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시청료)가 주요 재원인 KBS가 비상근인 이사회 이사장에 대해 과도한 예우를 하고 있어 구설에 오르고 있다.

KBS이사회는 공영방송 KBS의 최고 의결기관이다. 이사장을 포함해 이사 11명은 모두 비상임으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민들이 부담하는 재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사들은 방송의 발전과 공공성 제고를 위해 봉사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KBS 이사장에 대한 지나친 예우는 그런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이사장은 매월 2∼3차례 이사회에 참석하는 게 이사회 활동의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활동비와 회의 참석 시 지급되는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매월 430만원가량을 지급받는다. KBS 내에 별도의 개인 사무실이 있고, 개인 비서까지 딸려 있다. 게다가 지난 1월부터 KBS는 손병두 현 이사장에게 고급 승용차와 운전기사까지 제공하고 있다. 전임 이사장들의 경우 KBS가 제공한 차량과 운전기사는 이사회 회의가 없는 날에는 KBS의 다른 업무에 사용됐지만 손 이사장은 회의가 없는 날에도 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차량 렌트 비용, 전담 비서 및 운전사 임금 등을 합치면 이사장에게 소요되는 비용은 월 1000만원에 육박한다. KBS 이사회 사무국 측은 KBS의 위상을 고려해 이사장을 예우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따갑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교통비 명목으로 회의 참석비가 나가고 있는데 한 달에 2회 정기회의 참석하는 비상근직 이사장에게 전담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요즘 KBS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기간 수신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KBS가 내부 낭비 요인을 없애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길 바란다. 비상근 이사장에 대한 과도한 예우를 당연시하는 KBS의 모습을 보고 선뜻 호주머니를 열어줄 국민은 없을 것이다.

문화부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