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주택시장 현장점검-(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은] DTI 완화 “침체시장에 藥” “가계부실에 毒” 팽팽

입력 2010-07-20 21:57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완화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2일 발표되는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의 핵심 카드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팽팽한 찬반 입장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전문가들은 “정부로서는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라며 “하지만 현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규제만으로 2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려면 정책적 사각지대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회복 시그널 의미…시장에 온기돌 것”=DTI 규제완화를 찬성하는 쪽은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위축된 주택거래심리를 일정부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거래가 실종되다시피한 수도권 시장을 살리기 위한 카드는 사실상 대출규제 완화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 국면에서는 DTI를 10% 포인트 정도 완화해주는 것만으로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내버려두지 않는구나’라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 역시 “대출규제 완화로 직접적인 ‘즉효’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거래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에 따른 가계금융부실 우려와 관련, 두 실장은 “예전과 달리 금융회사마다 리스크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만에 하나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 부작용…가계부실 가능성”=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그러나 대출규제 완화에 따른 가계금융부실을 우려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2008년 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결국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때문이었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출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가계금융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출규제 완화 대신 세제를 비롯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서비스산업실장은 “DTI 완화는 결국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자는 것인데, 오히려 부동산 투기수요를 조장해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남유럽 경제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더블 딥(이중침체) 위험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위험한 정책대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너무 늦었다…효과는 제한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TI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시장이 되살아나기에는 너무 늦은감이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주택시장이 장기침체로 이어지면서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감은커녕 내집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으로서는 시장을 살릴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DTI 완화는 거시경제가 살아나고 경기가 풀릴 때라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완화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규정 콘텐츠팀장은 “실수요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거래 활성화를 통해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리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사려는 수요자의 경우, 대출 비용을 넘어설 정도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데 현 상황은 그런 기대감을 갖기가 사실상 힘든 시점이라는 것. 김 팀장은 이어 “올 하반기에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대출을 무작정 늘려가며 집을 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조명래 교수는 “업계의 요구가 강하고 부동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면 대출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완화하되 대출자격평가 등 조건을 엄격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