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재·보선 악재 될라”… 강용석 전격 제명
입력 2010-07-20 22:06
한나라당이 20일 ‘여성 비하·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강용석 의원을 제명키로 결정했다.
강 의원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유례없이,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7·28 재·보궐 선거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파문이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 중앙윤리위는 오후 두 차례 긴급회의를 열고 대학생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보도된 강 의원에 대해 “윤리위 규정 20조의 3호, 당의 위신을 훼손했을 때에 해당한다”며 제명 결정을 내렸다. 주성영 윤리위 부위원장은 “강 의원을 윤리위에 출석시켜 소명을 들었지만 국회의원으로서 당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고, 제명 결정을 내릴 만큼의 사실 관계는 규명됐다”고 밝혔다. 당 윤리위 규정상 제명은 경고,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다. 윤리위원 11명 중 출석한 7명 전원이 제명에 찬성했다.
안상수 대표가 직접 나서 윤리위에 강도 높은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는 당장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고 한다. 전패가 예상되다 서울 은평을, 충북 충주 등에서 청신호가 켜지던 상황에서 ‘웬 날벼락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새 지도부 선출 이후 당이 변화하려는 각종 노력마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핵심 당직자는 “재·보선뿐 아니라 멀리는 차기 총선, 대선까지 내다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의 강력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결정이 내려진 데는 과거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과 강재섭 전 대표의 성희롱성 발언 당시 초기 대응에 실패해 ‘한나라당=성희롱당’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던 ‘학습 효과’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문제의 발언에 최고위층에 관한 부분이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강 의원은 “잘못된 허위, 왜곡 보도에 대한 충분한 사실 확인이나 검증 없이 내려진 윤리위 결정에 유감스럽다”며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성적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정치 생명을 걸고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강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 20여명과의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 지망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강 의원이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했던 이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 직후 야당은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한나라당을 ‘반여성, 성폭력 정당’이라고 몰아붙였다. 국회 윤리특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강 의원을 윤리위에 즉각 제소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한나라당의 성폭력 사태는 반여성적 성폭력이 일상화된 한나라당의 정당 문화 때문”이라고 비판했고, 진보신당은 “한나라당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등 관련 단체도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