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상황은 유럽 아닌 미국?… 유럽 채권 “사자” 관심-美는 디플레 우려

입력 2010-07-20 18:10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유럽발 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험으로 몰아넣을 것 같은 불안감이 국제금융시장에 팽배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유럽의 위기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과장론’이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되레 투자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은 유럽을 벗어나 미국을 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식 변화는 무엇보다 지난주 스페인이 15년 만기 국채를 무난히 발행, 38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게 큰 계기가 됐다. 금리는 종전(4.434%)보다 높은 5.116%였다. 하지만 나라 빚에 허덕이는 유럽 국가들의 채권을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주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낮췄을 때도 투자자들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포르투갈을 비롯한 스페인 그리스 같은 ‘재정위험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졌다는 소식이 들리기만 해도 이들 국가 관련 금융자산의 투매 현상이 일어났던 데 비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최근 통계에서도 외국 투자가들이 유로 채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는 이유는 뭘까. 미 워싱턴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자콥 펑크 커크가드 연구원은 “유럽 국가들이 시장을 진정시킬 만한 결정을, 그것도 단기간에 많이 내놨다”고 분석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가 국채를 순조롭게 발행했고, 스페인 그리스 등은 공공지출 감소와 임금동결 등 개혁조치에 합의했다. 유럽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독일 경제도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둔화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유럽 경제를 좋게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두 달 전엔 당시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와 대비되면서 유럽경제는 세계경제의 골칫덩이로 비쳤었다. 그새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좀체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내부에선 디플레 우려조차 나온다. Fed는 지난해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의 3.2∼3.7%에서 3.0∼3.5%로 하향조정했다.

세계의 시선은 오는 23일 발표될 유럽 91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건전성 심사) 결과에 쏠리고 있다. 그 성적표가 유럽재정위기론을 투자자들의 마인드에서 완전히 걷어내 줄지, 아니면 최근의 분위기가 성급한 낙관론이었다고 결론 내려줄지 주목된다고 NYT는 보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