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 2014년까지 아프간에 치안권 완전 이양

입력 2010-07-20 21:51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이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치안권을 아프간 정부에 완전히 이양키로 했다. 2011년 7월부터 철군을 시작하겠다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출구전략이 다소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올해 말부터 일부 지역 이양 시작=아프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20일 수도 카불에서 열렸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의장을 맡았다. 40개국 외무장관을 포함해 70여 국가 및 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아프간 주둔 연합군의 철군과 아프간 정부로의 치안권 이양 등 아프간전 출구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각국 대표들은 아프간 치안군(ANSF)이 카르자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4년 말까지 아프간 모든 주에서 군사작전을 주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올해 말부터 아프간 일부 지역에 대한 치안권을 아프간 정부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앞서 아프간 34개주별로 안보 및 치안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별 치안권 이양 시점을 결정하게 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엔 치안권 이양 진행 시기에 유지될 연합군 규모 등이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 기간 동안은 물론 2014년 이후에도 상당 규모의 연합군이 계속 주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기고문에서 “무장세력들은 우리의 철수를 기다리겠지만 우리는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아프간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다.

치안권 이양 마무리 시점인 2014년 말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철군 시작 시점 2011년 7월에서 3년여나 차이가 난다. 따라서 미국이 출구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지난 18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여름 아프간을 떠나는 미군 병력은 수천명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아프간에서 미군 전략이 성공할지는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향후 2년간 모든 원조 자금의 50%를 아프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미, 탈레반과 비밀 협상 검토”=미국이 출구전략 일환으로 제3자를 통해 탈레반 수뇌부와의 비밀 협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미 정부는 공식적으로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대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모종의 정책 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협상 중개자로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비밀 접촉설도 미국이 알카에다와 분리해 탈레반과 협상에 나서는 등 출구전략 수정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미국은 지난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프간 지원 국제회의를 전후해서도 유엔 아프간 특사를 매개로 탈레반과 접촉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한편 반 총장을 태운 비행기는 탈레반이 발사한 로켓 때문에 카불 공항에 내리지 못한 채 카불 외곽의 바그람 미군 기지로 향했다. 반 총장은 같은 이유로 카불 공항에 내리지 못한 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 일행과 함께 블랙호크 헬기편으로 카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