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분쟁 절반 ‘자율조정’으로 풀었다
입력 2010-07-20 18:27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동네 시장 진입을 둘러싼 분쟁 가운데 절반은 자율조정으로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율조정을 선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청은 2008년 7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중소상인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SSM 때문에 상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사업조정 신청 175건 가운데 88건(50.3%)이 자율조정으로 분쟁이 해결됐다고 20일 밝혔다. 아직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54건까지 포함하면 자율조정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강제조정을 실시한 것은 4건(2.3%), 사업조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등 조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신청이 반려된 것이 29건(16.6%)이다.
자율조정은 대체로 SSM의 판매 품목이나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방식 등으로 이뤄진다. 한 SSM 매장은 구매액이 2만원 이상일 때만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쓰레기봉투를 판매하지 않기로 하면서 분쟁을 매듭지었다. 중소상인들은 입점을 앞둔 SSM 점포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사전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 조정이 안 되면 중기청이 사업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정에 나선다.
자율조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강제조정보다 서로에게 유리한 조건을 더 제시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율조정에 실패해 중기청이 강제조정을 할 경우 주로 입점 유예 형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을 버는 것 외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양측 모두 꺼리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SSM은 입점에 성공하고, 중소상인들은 유리한 조건을 추가로 제시하거나 시장발전기금 등을 받을 수도 있다보니 서로 타협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소상인들의 불만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돌아올지 추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껏 내거는 조건이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생필품 판매를 일부 제한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구체적인 피해조사를 철저하게 하고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자율조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SSM이 동네시장에 들어온다”며 “SSM 규제법안을 속히 통과시키고 제도를 통해 중소상인의 살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통시장 반경 500m 안에 SSM을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