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낮은 서민들만 오세요”… 금리 연10%대 초반 ‘햇살론’ 첫선
입력 2010-07-20 21:34
이달 말부터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라도 저축은행과 농·수협, 새마을금고 등에서 10%대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0%대 초반의 저금리로 최고 5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햇살론’을 26일부터 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저축은행과 농·수협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전국 3989개 서민금융회사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사금융 ‘이자폭탄’에 신음하던 저신용 서민 가계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서민 대출 문턱 낮춘다=햇살론의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 6∼10등급의 저신용자 또는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 자영업자, 농림어업인, 근로자이다.
대출금리는 10%대로 확 낮아졌다. 개인신용 6∼10등급의 저신용자가 통상 대부업체를 이용할 때 40%대 금리를 물어야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춘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부업 이용자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41.2%, 지난 4월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6∼10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32.6%였다.
이는 정부와 서민금융회사가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이를 재원으로 서민금융회사가 대출을 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즉 지역신보가 보증기관이 돼 서민금융회사가 저신용자들에게도 큰 위험 부담 없이 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는 금리 상한 내에서 서민금융회사가 조달금리 추이에 따라 금리를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 현재 7월 기준으로 금리 상한은 농·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이 10.6%, 저축은행이 13.1%다. 햇살론 이용자는 3, 6, 12개월 단위로 금리변동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대출 범위와 대상이 넓어진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출범한 미소금융은 창업자금 대출에만 국한됐다. 햇살론은 창업자금을 포함해 사업운영자금과 긴급생계자금(생계비·의료비·교육비) 대출이 가능하다. 창업자금은 최고 5000만원, 사업자금과 긴급자금은 각각 2000만원,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5년간 10조원 대출=정부와 서민금융회사가 각각 1조원을 출연, 매년 2조원의 보증재원으로 5년간 10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1인당 평균 1000만원 대출을 가정할 경우 약 100만명의 서민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현재 30∼40% 금리를 물고 있는 저축은행, 대부업체 신용대출 이용자가 햇살론으로 갈아탈 경우 10년간 총 6조원의 금리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그러나 저신용·저소득층 대출 확대로 서민금융회사의 부실률이 올라갈 것을 걱정하는 등 우려도 나온다. 기존 신용대출 상품과 충돌하는 점도 문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햇살론을 운영하면 수지를 겨우 맞추거나 손해를 보는 상황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공익성이 강한 사업이어서 정부 정책에 따르지만 소극적으로 대출에 나서는 곳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금융위 권혁세 부위원장은 “햇살론은 많이 팔면 팔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저축은행 등이 햇살론을 많이 취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