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생산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들 기아차 직접 협상 요구 농성 기아차 “우리와 무관”
입력 2010-07-20 18:34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본사 직원들은 요즘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기아차의 인기 경차 ‘모닝’을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들의 시위로 정문이 잠겼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일 “양재동 본사가 우리와 관계없는 해고자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이들의 생떼 시위로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 실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희오토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 10여명은 지난주부터 해직자 복직과 기아차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양재동 본사 길 건너편 코트라 앞에서 일주일째 밤샘 농성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하청업체들은 기아차 노동자들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 급여는 절반도 안 된다”며 “저임금과 함께 계약기간 2년이 넘으면 해고에 몰리는 고용 불안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사진을 길가에 걸어두고 협상에 나오라고 주장하고 있어 정 회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측은 시위자들의 건물 진입을 막기 위해 정문을 봉쇄했다. 양재동 본사에 입주해 있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임직원 수천명은 인근 농협 하나로마트 쪽 출입구를 통해 출퇴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시위자들의 요구에 대해 기아차 측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기아차 측은 “법적 근거에 의해 정당하게 해고된 직원들의 복직 요구는 억지에 불과하다”면서 “이들이 원청 사용자로 지목한 기아차는 사실상 원청 사용자가 아니므로 협상을 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 측에 따르면 해고자들은 동희오토 하청업체 직원으로 취업했지만, 충남지역 노동운동 세력화를 위한 위장 취업이 밝혀져 2008∼2009년 사이 법적 근거에 따라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본사를 방문하는 그룹사 고객 및 협력사 직원들은 물론 해외에서 찾아온 바이어와 해외 협력사 임직원들도 이번 시위로 인해 사옥 출입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