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사치품 사고도 너무 당당한 한국인”… WSJ 매킨지앤드컴퍼니 조사 보도
입력 2010-07-20 11:09
한국인은 값비싼 명품을 산 뒤 후회하거나 죄의식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한국이 세계에서 명품에 가장 호의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매킨지앤드컴퍼니의 조사 결과, 고가품 구입 이후 죄책감을 느꼈다(feel guilty)는 응답자는 한국의 경우 5%에 불과했다. 유럽연합(EU)의 15%, 중국 미국 일본의 10∼14%보다 훨씬 낮다. 명품을 남에게 과시하는 걸 나쁘게 생각한다는 응답도 22%로 일본(45%) 중국(38%) EU (27%) 미국(27%)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 12개월간의 명품 브랜드 구입비가 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더 많다는 응답도 46%가 되는 등 일본 및 미국(각 6%), EU(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던 중국 정도만이 우리와 비슷한 44%를 기록했다.
한국의 명품 고객들 사이에서 발견된 또 다른 추세는 상향 구매 성향이다. 피혁 제품과 액세서리, 시계, 보석류의 경우에는 평소에 구매하던 브랜드보다 더 고가의 브랜드로 전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18∼19%에 달한 반면 평소보다 더 저렴한 브랜드로 하향 구매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한국에서는 기존 주 고객층인 40∼60대와 달리 20∼30대와 남성이 새로운 명품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명품을 구매하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라고 응답한 소비자층은 18∼24세가 34%, 24∼29세가 29%로 조사된 반면 더 높은 연령층의 경우 20% 미만에 그쳤다.
한국인의 명품 선호는 단일민족이라는 문화적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점도 있다고 매킨지는 분석했다. 서로 생김새가 비슷하다 보니 남과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명품 브랜드를 찾게 된다는 것. 과거 뛰어난 공예품 위주의 상거래 전통도 세련된 제품에 대한 선호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매킨지 김애미 한국파트너은 “한국 사람들은 처음엔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명품을 찾지만, 점점 명품의 질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의 명품시장이 계속 성장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10년간 한국의 대기업과 투자자들이 유럽의 명품브랜드를 인수한 건 이 같은 성장 가능성을 예견한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현재 세계 고급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로 약 40억 달러 규모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