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한국인도 110명 노역 혹사… “우리에겐 왜 배상 안 하나” 분통

입력 2010-07-20 17:56


경술국치 100년 기획 잊혀진 만행… 일본 戰犯기업을 추적한다

제4부 국치 100년, 이젠 해법 찾아야

② 전범기업에 승리한 중국인 피해자들


태평양전쟁 시기 중국인들을 강제동원했던 니시마츠건설은 조선인들도 기업 산하 각종 작업장에 다수 동원했다. 이들 조선인 피해자 역시 중국인들과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노역에 혹사당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부나 시민사회단체 아무도 피해자들을 위해 나서는 이가 없어 니시마츠건설로부터 사죄나 배상을 일절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아산시 둔포면 송용리에 살고 있는 정준모(88·사진) 할아버지는 열아홉 살이던 1941년 4월 니가타현 시나노가와 발전소로 강제동원됐다. 중국인 피해자들이 노동했던 바로 그곳이다.

“수로 공사를 하는데 나는 삽질도 하고 구루마(손수레)도 끌고 했지유. 강변에 가서 자갈 실어다 나르기도 하고. 돌에 짓찧어서 흉터가 좀 있어. 전라도 사람 하나는 다리 위로 구루마를 밀고 가다가 발을 헛디뎌 냇가 바닥에 그냥 떨어져 피를 흘리며 실려 갔어유. 수원 사람 중에 셋이 죽었지. 일하다 흙더미가 덜컥 무너지는 바람에 파묻혔는데, 꺼내려고 가보니까 너무 깊이 묻혀서 삽으로 어떻게 팔 엄두가 안 나. 나중에 겨우겨우 팠어유.”

니시마츠건설이 중국인 노무자들에 대해서는 배상을 하고 공개사과도 했다고 전하자 정 할아버지는 자못 흥분했다.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이 주고 한국 사람은 빼놔. 줄려면 일정하게(공평하게) 줘야지, 그 사람들은 많이 주고 한국 사람은 제쳐놓고, 그건 경우가 틀린 거유. 정치가 잘못됐나, 담당자가 잘못됐나. 허….”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20일 현재 니시마츠건설 강제동원 사실이 인정돼 위원회로부터 피해 판정을 받은 인원은 총 110명이다. 이 중 현지 사망자는 7명.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사무국장은 “똑같은 기업에 의해 중국인 피해자들은 보상받고 한국인 피해자들은 외면당하는 건 전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양국 정부의 대응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아리랑 3호’ 위성발사 용역권을 넘겨준 우리 정부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산=특별기획팀 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