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휴식

입력 2010-07-20 17:25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셨음이더라”(창 2:3)

7월 중순을 넘으며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휴가가 과음, 과식, 무리한 일정 등으로 휴식보다는 혹사일 때도 있다. 휴가후유증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본래의 편안한 상태를 항시 유지하려는 경향, 즉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휴가 동안 그간 유지해오던 생활리듬을 깨어 버리곤 한다. 그래서 휴가기간 후 오히려 더 피로감을 느끼고 직장으로 복귀한 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곤 하는 것이다. 휴식이란 단순히 육체적인 일을 멈추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긴장에서 해방시켜 에너지를 축적하고 회복하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엿새 동안 창조의 역사를 마치시고 일곱째 날 안식을 취하며 우리에게 휴식을 몸소 알려주셨다. 하나님은 우리와 그분의 관계가 훨씬 더 깊어지게 하시려고 ‘엿새 일하고 하루 쉬기’라는 리듬을 의도적으로 정하셨다. 안식일 지키기는 결코 법적인 강제가 아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유명한 신앙 칼럼니스트 마르바 던은 자신의 저서 ‘안식’에서 “우리가 안식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우리를 지킨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안식은 일이라고 볼 수 있는 모든 노동을 중단한다는 뜻이다. 안식일에 적합한 것은 즐거움을 주고, 자유롭게 하며, 성취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활동이다.

필자는 의사이지만 세브란스병원 부원장, 연세대학교 의료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맡으며 오랜 기간 행정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하루하루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정 속에서 기관의 발전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일을 했다.

그러나 보직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안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기간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고, 미래의 연세의료원의 청사진을 그리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묵상하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장이라는 중임을 수행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땅을 다스리라며 주신 노동의 축복이 있다. 그리고 이로 생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고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허락하신 안식의 의미를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철 세브란스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