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장기재산기증협회 상임회장 박지태 목사, 시련겪고 나눔운동 투신

입력 2010-07-20 17:25


한 목회자가 있었다. 서울 태릉에서 교회개척 7년되던 해 127명의 세례교인이 출석할 정도로 목회에 쏠쏠하게 재미를 붙일 때였다. 제2의 부흥을 위해 1994년 수서지구에 892㎡(약 270평)의 종교부지를 구입하고 A 장로에게 교회건축을 일임했다. 기공예배를 드리고 얼마 지났을까. 청천벽력과 같은 소문이 들려왔다. 교회 부지가 3억5000만원에 통째로 매각됐다는 것이었다. A장로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교회는 공중분해됐고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목회자는 죽을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3년간 품었던 분노는 용서로 변했고 장기기증운동과 재산기증운동을 전개하는 운동가로 변신했다. 기독교장기재산기증협회 상임회장 박지태(70) 목사의 이야기다.

-A 장로는 끝내 못 찾았습니까.

“한 7∼8년 전 기독교연합회관 1층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깜짝 놀라더니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그래서 웃으면서 그랬습니다. ‘다 용서합니다. 당신은 나의 면류관입니다. 당신 덕분에 내가 나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요. 그땐 시간이 없어서 잠깐 인사만 하고 말았는데 다음에 만나면 제대로 식사대접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그 사람이 너무 감사해요.”

-그래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교회가 그렇게 깨지고 서울 상계동에 보증금 500만원 하는 지하셋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교인들에게 이웃교회로 가라고 할 때 목회자의 심정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은 바로 그런 데 쓰는 겁니다. 문제는 교회를 건축한다고 교인들에게 당시 돈으로 2000만원을 빌린 데 있었어요. 원금에 이자까지 갚아야 했으니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3년간 꼬박 밤마다 택시를 몰았어요. 야간 택시운전이 돈벌이가 좀 됐거든요.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제주에서 올라오신 승객이었는데 제가 목회자라는 것을 알아채셨어요. 차비가 5000원이 나왔는데 5만원이나 되는 돈을 쥐어주신 겁니다. 어떻게든 찾아서 갚아드리려 했는데, 못 찾았어요.” 안경 너머로 눈물이 고였다. 목회자가 끝내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 같은 것을 꼬치꼬치 캐물었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A 장로는 용서가 되던가요.

“저도 인간입니다. 가슴 속에서 불같은 게 오르락내리락했어요. 만나기만 하면 살인이라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택시를 몰며 설교 테이프를 듣는데 로마서 12장 21절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이 나왔어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차를 세우고 한참을 울었어요. 회개를 하고 나니 그때부터 마음에 샬롬이 다가왔어요. 용서의 마음이 생기더군요. 하나님께서 지금의 건강을 주신 것은 그때 용서를 했기 때문입니다. 용서 못했으면 벌써 죽었을 겁니다. 하나님이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신장기증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1994년의 일입니다. 구세군 목사님께 드렸어요. 십자가에서 원수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걸 계기로 97년부터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했고 99년부터 재산기증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같은 물질 중심의 시대에 재산기증운동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장기기증운동을 하면서 수술비가 모자란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증운동을 시작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재산을 기증하지 않았습니까. 재산은 모두 하나님의 것입니다. 특히 소득의 십분의 일은 무조건 하나님의 것입니다. 후손이 잘 되고 복 받기 위해선 하나님께 심어야 합니다. 그런데 물질이 우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물질이 올바로 쓰일 때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성경 말씀대로 선교나 복지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일입니다. 교회를 돕는 것이죠.”

-기증은 어떤 절차를 밟아야 됩니까.

“저희는 교회와 기증자를 연결해 드릴 뿐 재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재산기증 예배를 드린 뒤 기증자는 기간을 정하고 교회에 전액 기부나 융자를 통해 기부합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1253건이 접수됐고 310억원이 실제로 기증됐습니다. 협회 홈페이지(itpc.kr)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