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관찰하기’ 展… 생물 세계와 삶 속에서 예술을 보았다
입력 2010-07-20 18:11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8월 29일까지 여름특별기획전을 여는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은 ‘관찰력’을 첫손에 꼽았다. 예술가적 감성과 과학자적 이성을 갖춘 다빈치가 치밀한 관찰을 통해 ‘모나리자’ 등 걸작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관찰하기’다. 다빈치의 ‘관찰’에서 출발해 ‘연상’ ‘우연’ ‘발견’ 등 테마로 나아가는 전시에는 국내 작가 12명의 다양한 작품 50점이 출품됐다.
박재웅의 ‘네 개의 상추’는 식물의 변화를 세밀히 관찰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까지도 그려냈다. 박재웅의 작품이 ‘정직한 관찰’을 보여준다면 ‘꽃’이라는 글자를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패널에 촘촘하게 배열한 장준석의 작품은 ‘문자의 연상’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드러낸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쇠구슬로 묘사한 고산금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한 마리의 거미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어느 여름밤 우연히 여섯 개의 긴 다리를 가진 거미 한 마리가 책상 앞 벽 위에서 걷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달의 빛과 거미의 움직임, 피아노의 소리를 병치시켰다. 구현모의 단채널비디오 ‘Moonlight’(월광)이다. 여성 화장품과 음료수 등 서로 다른 성질의 액체를 섞어 이들이 만드는 우연한 무늬에 주목하는 최헌의 작업과 아무렇게나 부어놓은 고춧가루를 클로즈업해 마치 분출한 화산 같기도 하고 붉은 사막같기도 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방명주의 사진 등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우연한 걸작’이다.
풀이 자라나는 어항처럼 보이는 그림 속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글인’을 숨겨놓은 양대원의 ‘의심-숲’, 조선시대 사도세자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기하학적 이미지로 그린 이중근의 ‘종’ 등은 예술을 통해 세상을 얘기하고 서로 소통하는 ‘위대한 발견’과 같다.
전시작에는 작가와 제목을 알리는 명패와 함께 QR(Quick-response)코드가 붙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비추면 작가 약력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으로 ‘관찰력 쑥쑥! 꼬마 다빈치 되기’(화·수·토·일 오후 3시30분∼5시30분)와 ‘창의력 개발 어린이 맞춤형 전시 투어’(목·금 오후 2시∼2시50분)가 진행된다(02-736-437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