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당근 앞세워 ‘파키스탄 껴안기’ 경쟁
입력 2010-07-19 18:30
미국과 중국이 각종 지원책을 앞세워 파키스탄 끌어안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과 중국 간 핵협력은 미·중 간 군사적 주요 갈등 요인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미, 5억 달러 지원책 제시=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8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5억 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경제원조계획을 내놨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수자원, 에너지, 보건, 농업 분야 지원 방안이다.
미국이 2009년 하반기 5년간 매년 15억 달러씩 총 75억 달러를 파키스탄의 비군사 분야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구체화한 것이다.
미국은 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중개무역 협정 체결을 중재하는 데 성공했다. 이 협정은 인도로 물품을 수출하는 아프간 측 트럭이 파키스탄이 운용하는 국경 검문소인 ‘와가’를 통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키스탄으로선 중개무역의 대가로 상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 밖에 “테러 방지를 위해 파키스탄이 해줬으면 하고 기대하는 추가적 조치들이 여전히 있을 것”이라며 “대(對) 테러전에 파키스탄이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 ‘하카니 네트워크’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정식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중, 핵과 철도 카드 활용=중국은 파키스탄 펀자브 카시마 지역에 민수용 원자로 2기를 추가 건설해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자르다리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중국은 2004년 핵공급그룹(NSG)에 가입하기 전 파키스탄과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예정대로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도 2030년까지 8800㎿ 원자로 건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거래를 계속하겠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은 1995년과 2005년 파키스탄에 원자로를 건설한 바 있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서부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가다르를 잇는 철도 건설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으로선 안정적인 원유 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고, 파키스탄으로선 가다르항 건설 프로젝트에 자본과 기술을 지원받을 수 있는 카드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또 이번 달 초 닝샤(寧夏) 회족자치구의 칭퉁샤(靑銅峽)에서 테러저지 합동훈련을 하기도 했다. 2004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다.
◇미·중의 신경전=미국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핵협력에 대해 오바마 미 행정부의 비핵확산 정책에 반한다는 측면에서 정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의 ‘핵 대국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인 파키스탄이 북한, 이란, 리비아 등에 핵기술을 수출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 이번 거래의 불법성을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지난해 NPT 미가입국인 인도와 민간핵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파키스탄과의 거래를 불법으로 밀어붙이는 건 이중 잣대라는 논리다. 중국으로선 경제와 군사적 측면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인도를 견제하려는 측면도 강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