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요약해 학술지에… 김복만, 단독저자로 등재

입력 2010-07-19 22:08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이 2004년 울산대 산업정보경영공학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요약해 제자 이름을 빼고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등재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김 교육감은 이에 대해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될 때 제자 이름이 빠진 것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제자 A씨는 “내 석사학위 논문과 매우 유사한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된 사실을 최근까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또 1994년과 2001년 각기 다른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요약해 두 차례 학술지에 게재하며 자신을 제1 저자로, 논문을 직접 쓴 제자들을 제2 저자로 등재했다. 김 교육감은 “제자의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등재할 때 교수를 제1 저자로 등재하는 것이 당시의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자의 학위 논문을 요약해 제자 이름을 빼고 지도교수가 단독 저자로 학술지에 등재한 것은 학문윤리를 위반한 행위라는 게 교육과학기술부와 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또 논문의 저작권을 가진 학생을 제2 저자로 하고 지도교수가 제1 저자가 된 행위도 학문윤리상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자 논문 요약,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등재=김 교육감은 2004년 12월 산업경영시스템학회지 제27권 제4호에 ‘사회복지 분야의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2000 인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은 전체 4쪽으로 구성됐다. 이에 앞선 2003년 6월 김 교육감의 지도학생이었던 제자 A씨는 ‘사회복지분야의 ISO 9000 인증에 관한 연구’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본보 확인 결과 두 논문은 연구방법과 대상, 연구내용 및 결론이 거의 똑같았다. 김 교육감의 학회지 제출 논문은 사실상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 요약본이었다.

두 논문 모두 G사회복지관에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를 바탕으로 경영 효과를 분석했다. 김 교육감 논문의 전체 32개 문장 중 절반이 넘는 18개 문장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과 일치했다. 일치하지 않은 14개 문장도 표현만 살짝 바꾼 것일 뿐 내용은 동일했다. 문장이 똑같다 보니 ‘복지 기관장의 변혁적 리더십과 중간관리자의 참여, 복지서비스 측정 방법이 필요하다’는 결론도 동일했다.

A씨는 “당시 사회복지분야의 ISO 인증에 관한 국내 선행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교수님(김 교육감)이 내 논문을 좋게 평가하셨다”고 기억했다. A씨는 김 교육감이 학위 논문의 주제와 아이디어를 제공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A씨는 “내가 직접 논문의 연구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이에 대해 “제자가 문제 논문이 실린 학회지를 발간하는 한국산업경영시스템학회의 회원으로 등록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석사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등재하기 위해 제자에게 연락했고, 2003년 10월 한국산업경영시스템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A씨와 함께 발표하려 했다”면서 “그러나 A씨가 학술대회에 오지 않아 내가 대신 발표했으며, 학술지 측은 회원인 내 이름만 올리고 회원이 아닌 A씨는 등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김 교육감은 교수들의 연구 업적 정보를 관리하는 사이트인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KRI)에도 문제의 논문을 단독 저자로 등록했다. 김 교육감이 학술지 등재 이후 지금까지 문제의 논문을 자신의 단독 연구실적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제자와 오타까지 같은 논문, 제1 저자로 등재=김 교육감이 각기 다른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등재하면서 자신을 제1 저자로 등재한 사실도 2차례 확인됐다. 학위 논문을 썼던 제자들은 모두 제2 저자로 등재됐다.

김 교육감은 2001년 8월 산업경영시스템학회지 제24권 제66집에 ‘중소기업체의 ISO 9000 품질 시스템 운영 실태’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제자 B씨의 2000년 12월 석사학위 논문인 ‘평가 시스템을 이용한 중소협력업체의 ISO 9000 관리 실태 분석에 관한 연구’를 요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논문은 1999년 8월부터 2000년 9월까지 50인 이하 경남지역 소재 중소협력업체 10곳을 대상으로 ISO 9000 품질시스템을 도입한 전후 경영 상태를 비교했다. 해당 논문에 있는 문장 76개가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과 일치했다. 김 교육감의 문제 논문에 실린 전체 문장 95개 중 80%가 동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교육감이 94년 5월 공업경영학회지에 등재한 ‘단계적 최적입지 결정 방법에 관한 연구’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자 C씨가 93년 11월 제출한 같은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과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두 논문은 건물의 입지 요인 등을 고찰한 것으로 울산 9개 지구의 택지개발 사업 사례를 연구했다. 해당 논문에 있는 문장은 모두 제자의 석사논문에서도 확인됐다. 두 논문은 심지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인 ‘확실이(확실히)’ ‘알수있었다(알 수 있었다)’ ‘있지않다(있지 않다)’ 등도 같았다.

김 교육감은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누가 제1 저자로 올렸나’는 질문에 “내가 올렸다”고 답했다.

◇제자의 논문을 자신이 제2 저자로 등재 후 중복 게재=김 교육감은 제자 D씨와 함께 2001년 10월 한국경영과학회지에 ‘제조물책임법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 품질경영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는 D씨가 제1 저자, 김 교육감이 제2 저자로 등재됐다.

D씨는 4개월 뒤인 2002년 2월 ‘제조물책임법 시행에 따른 품질경영시스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D씨와 김 교육감은 2003년 3월 산업경영시스템학회지 제26권 제1호에 ‘제조물책임법 시행에 따른 품질경영시스템 개선 방안’을 게재했다. 이 논문에도 D씨가 제1 저자, 김 교육감이 제2 저자였다.

제자 D씨의 석사논문 1편과 김 교육감이 D씨와 공동 저자로 올린 논문 2편을 포함한 3편 모두 연구대상과 방법, 결론 등이 유사했다.

이에 따라 김 교육감이 제자 D씨와 공저한 두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중복게재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나와 제자가 각각 다른 학술지에 게재했으며 지금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