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법 사각지대 ‘묻지마’ 대형 어린이학원 판치는 無許영업
입력 2010-07-19 21:51
어린이들을 상대로 미술 영어 등을 가르치는 대형 학원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학원등록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무허가 영업을 하고 있다. 학원비 책정과 교사 채용, 학습 과정 등에 대해 감독도 받지 않고, 무허가 영업을 고발해도 처벌 대상조차 아니어서 교육당국도 손놓고 있다.
서울 북부교육청은 지난 2월 26일 서울 상계동의 A학원이 일반회사로 등록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이 학원은 전국에 130개 지원(支院)을 지닌 대형학원이다.
A학원은 3∼7세 아동을 대상으로 ‘몸으로 그림 그리기’ 등의 체험식 미술 수업을 했다. 북부교육청은 “이 교육과정이 학교수업 내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교습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학원법에 따라 학원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은 지난달 29일 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해당 학원의 교육과정이 교습과정이 아닌 ‘창의력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인 만큼 학원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북부교육청은 서울 창동과 중계동에 있는 A학원의 다른 지원도 학원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이 역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북부교육청 관계자는 “고발을 해도 해당 업체가 애매한 교과과정을 운영해 법원이 학원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의 한 학원은 법률의 소급적용을 문제 삼아 교육청의 학원등록 명령을 거부했다. 학원법 개정(2007년) 이전에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학원법 적용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원을 형사고발해 봐야 우리가 진다”며 “학원 교육 실태에 대해 알고 있지만 조치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6월 ‘학원불법영업 신고 포상금제’(학파라치제)를 실시한 이후 무허가 영업 학원 4277곳을 형사고발했지만 이중 173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최근 민간업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아니면서 학원법 적용을 받지 않는 유사 교육 시설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원들이 수강료 책정, 위생 상태, 수업 내용 등에 대해 교육청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 학원은 지난해 신종 인플루엔자 재난대책본부 규제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다.
특히 학원법 적용을 받는 학원엔 성범죄자나 전과자의 취업이 금지돼 있는 것과 달리 이들 학원은 일반업종으로 등록돼 있어 전과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계동 A학원 관계자는 “교사 채용 시 졸업증명서를 받지만 전과자 조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비 환불 요청을 업체에서 거부해 민원이 제기됐지만, 업체가 학원법 적용을 받지 않아 환불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청이 판단할 때 해당 업체의 교육과정은 교습의 일부가 분명하다”며 “방치될 경우 아이와 학부모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만 법원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있어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웅빈 김수현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