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통로 넓혀 로드킬 막는다… 환경부 227곳 표본조사 2년간 4758마리 희생
입력 2010-07-19 21:31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길 위에서 눈살을 찌푸리고는 한동안 마음이 찜찜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동물이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road-kill)’ 때문이다.
환경부는 2008∼2009년 도로 227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4758마리의 동물이 차에 치여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2008년에는 2081마리, 지난해는 2677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이는 각 지점에 대해 매달 1차례씩 조사한 것이라 전국적으로 희생되는 야생동물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예비조사를 벌여 2㎞ 이내에 로드킬이 5건 이상 발생한 곳을 ‘다수발생지역’으로 선정해 표본으로 삼았다.
두 해 동안 조사에서 삵 74마리, 수달 3마리, 무산쇠족제비 1마리, 하늘다람쥐 2마리 등 멸종위기 포유류 80마리가 희생됐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한 구렁이도 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멀쩡한 산허리를 잘라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동물들은 생활영역이 좁아져 먹이를 구하거나 물을 마시기가 어렵게 되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길을 건너게 된다. 특히 동물들은 야간에 고속으로 달려오는 자동차 불빛을 받으면 피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얼어붙는 습성이 있어 사고를 피할 수 없다.
날개 달린 동물도 차에 치여 죽는다. 도심을 벗어나면 흔히 볼 수 있는 꿩이 두 해 동안 184마리로 가장 많이 죽었다. 멧비둘기 까치 직박구리 등 흔한 텃새들도 많이 희생됐다. 더욱이 수리부엉이 말똥가리 황조롱이 등 멸종위기 조류도 포함됐다.
도로 위로 날아가는 새가 차에 치인다는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고가도로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도로 폭은 넓어진다. 종(種)마다 비행 궤적이 다른 것도 로드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꿩은 퉁퉁한 몸통에 비해 날개가 튼실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다. 날아서 길을 건너다가도 차에 치여 죽는 원인이 된다. 고공에서 정지비행을 하다가 급강하해 사냥하는 습성을 가진 황조롱이는 도로로 뛰어드는 먹잇감을 쫓다가 차에 치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드킬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생태통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도로 때문에 끊어진 이동로를 동물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동물 입장에선 육교, 터널 모양의 좁은 이동로가 자연 상태보다 좋을 리 만무하다. 환경부는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백두대간 등 주요 생태축에 개설되는 도로 상부에는 폭 30m 이상의 생태통로를 설치하도록 했다. 다른 지역에 설치되는 생태통로는 최소 7m 이상으로 만들도록 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