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치솟는 ‘엔고’ 끝은 어디… 더블딥 우려, 환율 ‘연중 최저’
입력 2010-07-20 00:21
엔화 강세 기조가 심상찮다. 6월 이후 글로벌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로 다시 고개를 든 엔화 강세가 미국 경제 둔화 조짐이 강해진 지난 주말 이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엔고에 따른 수출 감소 가능성을 우려해 일본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6월부터 급전직하(엔화 강세)하고 있다. 6월 4일 달러당 92.69(도쿄시장 오후 3시 기준)를 기록한 엔화는 이후 이달까지 한 달여 속절없는 추락행진을 이어갔다. 7월 7일 87.48엔에서 7월 14일 88.92엔까지 잠시 올랐다가 이후 매일 추락하면서 19일 현재 86.66엔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와 함께 최고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엔화는 통상 세계경제, 특히 선진국 경제가 좋지 않을 때 강세가 된다. 최근 미국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기업 실적도 부진하자 같은 안전자산인 달러보다 엔화 몸값이 상대적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엔화 강세가 실체보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 이명종 팀장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정부부채 등을 보면 미국보다 나을 게 없는데도 엔화 가치가 뛰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어려울 때는 엔화를 보유하는 게 낫다는 막연한 기대심리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엔화가 실체보다 고평가되면서 투기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엔화가 거침없이 뛰자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은 일본은행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시장 개입을 단행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달러당 85엔이 무너질 경우 일은이 본격적인 구두개입을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엔화 강세에 따른 일본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일본 상품과 수출시장에서 경합이 심한 우리나라로서는 엔화 강세가 단기적으로는 호재다. 다만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 물가불안이나 대일무역역조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더블딥이 현실화돼 세계 수요가 줄어들 경우 엔고는 우리 경제에 고물가 저성장의 타격을 안길 수도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