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향수에 젖은 안방극장 “그땐 그랬지”… ‘자이언트’·‘제빵왕 김탁구’ 등 시대극 인기몰이
입력 2010-07-19 21:17
TV브라운관이 향수에 젖었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 탄탄한 줄거리와 명확한 주제로 중장년층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것. 월·화요일에는 SBS ‘자이언트’(오후 9시55분)가 70년대 혼돈에 빠진 부동산 시장에서 건설업계 1위로 올라선 한강건설 창업주 이강모(이범수 분)의 성공 스토리를 보여준다. 수·목요일 KBS2에서는 김탁구가 서자의 설움을 극복하고 제빵업계의 1인자가 되는 ‘제빵왕 김탁구’(오후 9시55분)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두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10일 첫 방송된 ‘자이언트’는 시청률이 10%로 시작했지만 지난 13일 18회에는 18.2%까지 치솟았다. ‘제빵왕 김탁구’는 지난달 9일 14.2%로 첫 방송을 시작한 후 6회 만에 30%를 돌파하더니, 지난 15일(12회)에는 35.3%까지 치솟았다.
두 드라마는 중장년층 시청층이 두텁다. ‘자이언트’는 40∼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4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도 30∼50대 여성 시청자가 전체 시청자의 40%에 달한다. 이는 드라마의 주요 소재가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곰보빵 단팥빵 등 70∼80년대 인기 식품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또한 독재 정권 치하에서 반정부 운동을 하는 대학생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자이언트’에서는 70년대 가난 때문에 헤어져 살아야 했던 가족의 이야기나, 신분 차이로 인해 결혼하지 못하고 숨어서 만나야 했던 연인들의 이야기가 큰 줄거리를 이룬다. 특히 강모의 가족이 성장한 후 극적으로 상봉하는 모습은 어려운 시대를 견뎌온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다.
혼란의 시대이기 때문에 통용 가능한 ‘막장’의 요소들은 극의 갈등을 고조시키며 흡입력을 높인다. 김탁구(윤시윤)는 거성 그룹 회장 구일중(전광렬)이 가정부와 불륜을 저질러 낳은 아이다. 이 때문에 일중의 부인 서인숙(전인화)은 탁구 모자 살해를 청부하기도 한다.
‘자이언트’도 마찬가지다. 조민우는 이미주(황정음)를 하룻밤 데리고 놀다가 버리고, 이미주는 숨어서 사생아를 키운다. 중앙정보부 요원이 지하 고문실에서 서민을 협박하고 고문하는 어두운 현실도 그려진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1970년대는 역동적이면서도 억압적인 시대였다”며 “그 시대를 거쳐 온 중장년층이 어려운 시대를 헤쳐 나가는 주인공들에게 공감하게 된 것이 시대극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