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두 생각] 청와대, 차근차근 풀자!

입력 2010-07-19 21:45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에 차분하게 접근하고 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의미 있는 만남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생각하는 박 전 대표와의 ‘화해’ 방식은 깜짝 이벤트보다는 점진적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는 한 번에 풀 수 없다.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며 박 전 대표의 유럽 특사 사례를 예로 들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이 대통령의 요청으로 유럽을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고, 다음달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에게 활동 결과를 보고했다. 취임 이후 박 전 대표와의 관계가 가장 좋았다는 평가들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화해 기류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불거지고, 박 전 대표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악화됐다. 당시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잘 풀어나갈 수 있었는데, 세종시 때문에 꼬였다”고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다시 박 전 대표를 만나더라도 특별한 제안이나 선언 등이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대신 4대강 사업이나 외국 특사, 일자리 만들기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협조를 당부하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와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단계별로 취하면서 여권을 안정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차기 대권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임기 후반기가 시작도 되지 않은 만큼, 이 문제는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12년 4월 총선까지 1년 반 동안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다. 이 대통령은 후반기 국정운영을 통해 ‘업적’을 만들어내고,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 잠룡들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시나리오가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박 전 대표에 대한 강경파들이 많았던 2기 참모진에 비해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 등 3기 참모진은 박 전 대표 측과 핫라인이 가동될 수 있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