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두 생각] 박근혜, 언제 싸웠나?
입력 2010-07-19 18:16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 신중 모드를 취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19일 “(회동과 관련해) 특별한 말씀이 없으셨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두 분이 만나기도 전에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가 없다”며 “신중하고 조용하게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친박계 의원 대부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회동을 놓고 이 대통령과의 ‘화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내가 언제 대통령과 싸웠느냐. 미디어법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고, 기자들이 물으니 소신을 밝힌 것이다. 그걸 국정에 반대하고 비협조한다고 언론이 말하니 안타깝다’는 취지의 얘기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거나, 협조하지 않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성공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런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2008년 1월 중국 특사, 지난해 8월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다녀왔을 당시에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다. 이런 좋은 기류가 급격히 냉각된 것은 18대 총선 공천파동과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인데, 단초는 친이계에서 제공했다는 인식이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결국 두 사람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고, 이는 이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실질적인 국정 동반자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동이 두 사람의 신뢰 회복을 위한 마무리가 아니라 첫발을 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번 만남으로 단방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꾸준히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