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선진당 동상이몽… ‘보수대연합’ 초반부터 삐걱

입력 2010-07-19 18:07

보수의 참패로 끝난 6·2 지방선거 이후 시작된 ‘보수대연합’ 논의가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연합 주체로 꼽히는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의 입장이 다른 데다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 14일 취임 이후 “중도보수 세력이 대통합해 향후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충청권 기반의 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보수대연합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데 이어 안 대표가 이 같은 의지를 밝히자,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합당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안 대표가 1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수적인 세력보다는 중도적인 세력과의 통합에 더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면서 기류는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선진당과 먼저 합치게 되면 지나치게 보수화될 우려가 있다”며 “우선 시민·사회단체의 중도세력 영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석수가 지금도 많은데 선진당과 합치면 너무 보수색이 강해져 ‘수구 보수’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당 나경원 최고위원도 19일 라디오에 출연, “몸집 불리기 형식의 보수대연합에는 부정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의 언급이 있은 뒤 선진당 이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잘못하고 이명박 정권이 잘못한 것 때문에 보수가 세력을 잃고 있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은 선진당과 합당을 거론하기 전에 먼저 자당의 통합부터 이뤄내길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보수층이 다시 정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연대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한나라당 중심으로 합친다는 발상은 진정한 보수대연합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대연합의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대연합론은 마치 1990년대 3당(민정·통일민주·신민주공화당) 야합과 비슷하며 정권을 연장하려는 술수”라고 비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