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상훈] 日 민주당이 선거에서 진 까닭

입력 2010-07-19 18:35


지난 11일 일본에서 참의원선거가 있었다. 이번 선거는 작년의 정권교체 이후 민주당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강했다.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121석을 개선(改選)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44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고, 이에 반해 자민당은 51석을 획득했다. 일본국민이 10개월간의 민주당정권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는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참의원선거의 결과가 정권교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정국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본이 중의원과 참의원의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중의원에서 과반수의 의석을 갖고 있어도 참의원까지 함께 장악하지 못하면 정책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어렵고, 그것은 국정 운영의 곤란으로 이어진다.

소비세 인상 때문은 아닌듯

중의원 480석 가운데 306석을 가진 민주당이라 하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참의원 과반수인 122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요 과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왜냐하면 자민당정권 시절 아베 총리나 후쿠다 총리가 단명으로 끝난 이유도 참의원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등의 거부권 행사에 직면하여 국정 운영이 곤란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 후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행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는 간 총리가 민주당의 지지율 반등을 계기로 선거 직전 현행 5%의 소비세를 10%로 인상함으로써 재정 안정을 꾀하겠다고 발언함으로써 민주당 패배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의 공약에는 원래 소비세율 10% 인상이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소비세 문제가 민주당 참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면 왜 자민당이 승리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소비세율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사민당, 공산당, 공명당의 의석이 줄었다는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참의원 선거 결과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자민당의 승리는 1인구에서 선전(20승 8패)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1인구에서의 승리에 최대 목표를 두고 지방조직을 풀가동하는 선거 전략을 취한 결과이다. 지방조직을 풀가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년에 통일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당세 쇠퇴는 지방의원에게 있어서는 사활문제이고, 따라서 지방의원은 내년에 있을 자신의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거운동원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이러한 지방조직이 효과적으로 기능했기 때문에 자민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 물론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비례선거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에게 뒤지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부재가 패인

둘째, 정치에는 정치가와 국민과의 신뢰가 중요하며, 그 신뢰는 정치가와 국민의 소통에 의해 구축이 된다는 점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패배의 요인 중 ‘간 총리의 소비세 발언에 대한 비판’이 37%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세율 인상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소비세 발언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이다. 동일한 여론조사에서 재정재건이나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세율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5%,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32%였다. 다시 말하면 일본국민은 소비세율 인상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작년 8월 중의원 선거에서 소비세를 4년간은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아무런 논의 없이 돌연 ‘소비세 10%’라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국민이 ‘NO’라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정책 변경의 설명 책임을 다하지 못한 소통의 부재에 따른 신뢰의 상실이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간 내각 유지의 성패는 어떤 정책이든 국민과의 소통 즉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논의와 절차를 거쳐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훈 한국외대 교수 일본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