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윤호] 생살 째는 북한 주민들

입력 2010-07-19 21:14

중국 후한 말기의 명의 화타는 외과 수술로 명성을 떨쳤다. 마비산(麻沸散)이라는 마취제를 사용한 전신마취 수술로 많은 사람을 살렸다는 것이다. 화타는 소설 삼국지를 통해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어깨 수술을 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관우는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으면서 태연히 바둑을 뒀다고 한다. 관우가 사후에 신격화되는 데는 이런 신화 같은 이야기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우가 독화살을 맞은 때는 화타 사망 10여년 후의 일이라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삼국지의 스토리는 가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5일 북한에서 의약품 부족으로 외과 수술이 마취 없이도 이뤄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 주민들이 관우도 아닐 터인데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맹장이나 다리 절단 등의 대수술을 받는다니 화타가 들었다가는 기겁할 소식이다.

국제앰네스티 발표 이튿날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의 의료 상황이 2001년 이후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개선됐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고 현 상황에 맞지 않는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샘 자리피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은 “우리는 검증 가능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문제의 보고서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북한은 2000년 이후 WHO로부터 지원받은 6만명분 이상의 결핵 치료제 가운데 상당량을 빼돌려 중국에 팔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돈이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갔을 리는 없으니 영양 상태가 열악한 환자들의 건강이 더 나빠졌을 게 분명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전체 인구가 100일가량 먹을 식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영양 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된 북한 주민들에게 사고나 질병까지 닥치면 그야말로 생살을 째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타와 함께 중국의 전설적 명의로 꼽히는 전국시대의 편작은 급환으로 죽은 사람까지 살리는 등 못 고친 병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기(史記)에 의하면 편작도 고치지 못하는 6가지 병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교만하고 제멋대로여서 이치를 따져 논하지 않는 것(驕恣不論於理)’이라고 한다. 외부 세상과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북한 김정일 정권의 병은 누가 치료할 수 있을까.

김윤호 논설위원 kimy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