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종단 지도자들 "정부는 속히 종교인 방북을 허하라"
입력 2010-07-19 05:42
[미션라이프] 5개 종단 지도자들이 “종교인의 인도적 남북 교류를 허용하라”며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종교인 모임)은 19일 지난해 말부터 이번 달 17일까지 종교인 방북과 관련한 정부의 여러 차례 입장 번복을 지적하며 “과거 군사정부 때도 그랬지만 남북 교류와 협의는 정북 당국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종교인 모임이 밝힌 방북 추진 경과 내용은 이렇다. 종교인 모임은 지난해 12월 북한에 남북의 종교인 100명이 평양에서 만남을 갖자고 제의했다. 북한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종교인 모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 종교인 상봉을 청원하며’란 글을 정중하게 전달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다만 통일부에서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20~30명의 방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종교인 방북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 교류는 전면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종교인 모임은 6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란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엔 종교인 528명이 서명했다. 종교계는 물론, 언론의 반응도 긍정적이었고 정부도 전면 통제에서 신중한 검토 쪽으로 돌아섰다.
종교인 모임은 다시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했다. 5개 종단 대표 30여명이 7월 15일,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거쳐 밀가루 300t을 개성 주변의 취약한 곳 6곳에 전달하고 돌아오겠다는 계획이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7월 9일 종교인 모임 준비위원을 면담한 자리에서 “개성 방문을 7월 26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교인 모임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현 장관은 “정부의 다른 부처들과 조율해서 일이 잘 되도록 책임지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6일 통일부 실무 관계자는 종교인 모임 사무처를 찾아와 “30여명의 종교인 방문은 어렵고 3~6명의 실무자들이 밀가루를 싣고 판문점을 건너가서 내려놓고 왔으면 좋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종교인 모임은 19일 “정부의 다른 부처들과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부처의 반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아마 종교인들의 방북이 바람직하지 않고 위험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종교인 모임은 또 “(정부는) 독일 통일에 있어서 종교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종교인 모임은 “정부의 불허 방침에 따라 종교인 대표들은 어쩔 수 없이 개성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과 함께 종교인 및 민간인의 교류와 만남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운전기사와 실무자 몇 명이 판문점을 건너가서 밀가루 300t을 내려놓고 그대로 돌아오게 하려 한다”며 “모니터링과 투명성을 그렇게도 강조하는 정부가 모니터링을 불허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종교인 모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식량난을 곤경에 처한 우리의 동족에게 사랑의 식량을 보내는 일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북 준비위원에 개신교에서는 김명혁(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목사, 박경조 대한성공회 주교,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가 참여하고 있다. 개성 방문 예정자는 개신교에서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 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목사, 이정익 신촌교회 목사, 이종복 인천은혜교회 목사, 최이우 종교교회 목사 등이었다.
종교인 모임은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하던 1997년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 송월주 스님 등이 ‘민족 화해를 위한 북한 동포 돕기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