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 골프(63)

입력 2010-07-19 13:48

생각이 바뀌면 스코어도 바뀌고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20여 년 전에 골프 동반자들은 나를 감독관이라고 불렀다. 룰과 매너를 잘 지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반자에게 까칠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그러던 내가 10년 전 예수님을 만나고서는 그들로부터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도 그런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요즈음 세상에는 변질되어 가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오히려 변화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골프 잘 쳐보고 싶은 생각에, 마인트 컨트롤 잘하고 좋은 전략 세우고, 또 칼럼 쓸 때에 독자들에게 좋은 내용을 들려주기 위해 이것저것 연구하다가, 기발한 생각에 무릎을 쳤다. 골프는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교제를 겸한 운동을 하는 것이니, 성경을 공부하여 예수님의 사랑을 닮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경 공부를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아 예수님을 영접하였고, 난생 처음 교회에 출석하였고, 10년 된 지금은 예수님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과 골퍼들을 위해 부족한 모습이지만 '성경과 골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과거에 정말로 별 것 아닌 물싱글 핸디캡 가지고도 아주 고고한 체 하였음을 반성한다. 크리스천이 된 후 마음가짐이 골프에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느끼게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예닮골’ 동호회 김 집사에게 들은 절묘한 말 '심칠기삼(心七技三)'이 마음에 와닿아 그의 허락을 받고 내가 쓰기 시작했고 칼럼 제목으로도 사용했다.

교회 다니면서 연습량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그럼에도 꾸준히 평균타가 줄은 것은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써 느긋하게 스윙하고 편안하게 퍼팅하기 때문이고, 동반자와 경쟁자가 버디로 스킨을 휩쓸어갈 때 과거에는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심장은 벌떡벌떡 했고 시기심 때문에 뼈가 조금 썩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버디는 정부에서도 못 말린다. 버디의 축복을 시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 말하고 그냥 내게 주신 능력 범위 내에서 평화롭게 플레이 한다. 같은 골프장 회원으로 자주 라운드 했던 Y 선배는 "내가 먼저 버디를 치면 당신이 꼭 동반 버디 할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든다. 교회 다니더니 당신은 동반 버디의 명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골프의 중대한 실수는 몹시 화가 난다거나 마음의 화평이 없을 때 생기고 그 실수는 종종 대형사고를 부른다. 아마추어에게는 다반사이지만, 때로는 PGA의 세계적인 선수들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쓰러져 가는 것을 볼 때가 많다. 따지고 보면 얼마 전에 성질 때문에 버스 운전사를 팼다가 패가망신한 젊은이의 현상과 크게 다를 것도 없지 않은가?

한국의 대표적인 장타자 김대현 프로에게 “연속되는 실수 후에는 어떤 마음을 갖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지나간 실수를 아주 잘 털어버리고 현재의 상황을 느긋하고 철저하게 즐깁니다”라고 젊은이답지 않은 고수의 성숙한 표현을 내게 들려 주었다. 나는 플레이 도중에 게임이 풀리지 않고 마음이 답답할 때에는 좋아하는 찬송가를 콧노래로 부르며 곧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볼을 친다. 그러다 보면 절망할 것 같았던 스코어 이후에도 때가 이르면 버디도 한 방 터져 주고 18홀에 장갑을 벗을 때에 다시 보면 어느새 스코어가 섭섭하지 않은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나는 설사 아주 섭섭한 스코어로 내기에서 제대로 한 번 세게 터졌다 해도 “하늘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골프장에서도 오직 감당할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라고 믿고 플레이한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크게 명철하여도 마음이 조급한 자는 어리석음을 나타내느니라 평온한 마음은 육신의 생명이나 시기는 뼈를 썩게 하느니라“(잠 14:29, 30)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