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 교육감 실적 부풀리기…부교수 승진때 인정받은 논문, 정교수 심사때 또 제출

입력 2010-07-18 22:07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1999년 영남대 행정학과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할 무렵 연구실적 부풀리기를 집중적으로 시도했다.

우 교육감은 93년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할 때 이미 연구실적으로 인정받은 논문을 정교수 심사과정에서 제목도 바꾸지 않은 채 다시 제출했다. 또 같은 논문을 저서와 학술지에 각각 게재한 뒤 연구실적으로 보고해 이중으로 점수를 받기도 했다.

우 교육감은 연구실적으로 제출하지는 않았으나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요약해 자신을 제1 저자로 등재한 의혹도 사고 있다. 우 교육감은 “승진심사 과정에서 모든 연구실적을 보고하는 것이 당시의 관행이었다”라고 해명했다.

릐같은 논문을 이중 게재해 중복 점수 획득=우 교육감은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95년 1월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발행하는 ‘도시문제’ 1월호에 ‘민선자치단체장 시대의 도시 경영’을 게재했다. 그는 이어 똑같은 논문을 같은 해 3월 저서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나’ 18장에 ‘민선 단체장 시대의 도시 경영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실었다. 2개월 뒤 발간된 저서의 문제 부분은 이미 발표한 논문에서 한 문장만 추가됐을 뿐 모든 문장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저서 226쪽에 실린 ‘주체적인 도시경영의 첫째 조건은 자치단체가 (…) 주체적인 재정운영 방침을 관철하여 가는 경영자세이다’라는 한 문장만 더 들어갔다.

우 교육감은 도시문제 1월호에 실린 논문에 150점을, 저서에 실은 논문에 60점을 각각 연구실적 점수로 평가했다. 당시 영남대는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점수를 매겨 1차로 보고하면 대학 측이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확인 결과 영남대는 두 논문에 각각 100점과 30점을 인정했다. 하나의 논문이 이중으로 제출돼 130점을 받은 것이다. 영남대 측은 같은 논문에 이중으로 점수를 준 데 대해 “그때의 일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 교육감은 “같은 논문은 맞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어 “영남대 측이 두 개의 논문을 실적으로 각각 인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일 본보의 영남대 현지 취재로 점수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자 우 교육감은 “지금까지 실적으로 각각 인정받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릐부교수 승진심사 때 점수 받은 논문, 연구실적으로 재차 보고=우 교육감은 93년 12월 한국환경행정학회가 발행한 ‘환경행정’ 1호에 ‘환경 자치체 구축을 위한 자치체 경영 전략’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이 논문을 6년 뒤인 정교수 승진 심사 때 실적자료로 보고했다. 문제의 논문은 93년 부교수 승진 심사에서 실적으로 이미 인정받은 논문이라고 영남대 측은 설명했다. 같은 논문을 부교수 승진심사와 정교수 승진심사 때 모두 제출한 것이다. 우 교육감은 정교수 승진심사 과정에서 문제의 논문에 대해 자신이 150점으로 평가했으나 영남대 측은 점수로 인정하지 않았다.

우 교육감은 “과거에 보고했던 논문이 어떻게 하다 보니 밀려서 심사 때 올라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행정적 업무착오라는 설명이었다. 우 교육감의 측근도 “대학 전산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보 확인 결과 정 교수 승진 당시인 99년 1월 5일 우 교육감은 자신의 도장이 찍힌 실적 보고서를 작성했다. 우 교육감은 본보 취재진이 다시 질문하자 “내 도장이 찍힌 것이 맞다”며 “학교 행정 실수라고 말한 부분은 단정이 아니라 추정이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는 이어 “부교수 승진에 쓰인 논문이 정교수 승진 실적에도 보고된 것이 내 실수였는지 (학교 행정 시스템상) 기계적으로 잘못돼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 교육감의 연구실적 부풀리기 사례는 더 확인됐다. 그는 96년 한국지방자치학회에 ‘지방자치단체의 경영진단 모형 개발을 위한 시론’을 등재하고 2년 뒤 ‘두산 백상기 교수 정년퇴임기념 논문집’에 ‘지방자치단체 경영진단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를 게재했다. 우 교육감은 이 두 논문에 대해 자신이 점수를 매겨 실적으로 보고했으나 영남대 측은 점수로 인정하지 않았다.

우 교육감과 영남대는 승진 심사 때 중복게재된 논문 모두 연구실적으로 보고된 것과 관련해 “모든 논문을 다 보고하는 것이 당시에는 관행이었다”고 같은 해명을 했다. 하지만 영남대 측은 본보의 취재가 계속되자 “실적으로 인정될 만한 것만 승진 심사 때 보고하지 않았겠느냐”고 한 발 물러섰다.

영남대 측은 “하나의 논문을 두 논문으로 중복해 점수를 받은 것은 한 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점수를 받지 못했다”면서 “500점을 넘어야 승진이 가능한데 우 교육감 승진 점수는 1000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릐제자 박사학위 논문 요약해 제1 저자로 학술지에 등재=우 교육감은 제자 A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요약해 학술지에 등재한 의혹도 사고 있다. 그는 99년 12월 한국협상학회에 ‘환경분쟁해결을 위한 대안적 분쟁해결제도 도입에 관한 기초 연구’를 제1 저자로 등재했다. 당시 영남대 강사였던 제자 A씨는 제2 저자로 등재됐다.

이 논문은 A씨의 2000년 12월 박사학위 논문과 제목도 유사하며 전체 문장의 절반이 넘는 222개의 문장이 일치했다. 표와 그림은 6개가 동일했다. 이에 대해 우 교육감은 “제자 A씨와 논문을 함께 작성해서 빚어진 일”이라며 “4∼5년 동안 같은 연구실에서 일해 문장이 비슷해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우 교육감은 이 논문을 승진 심사 자료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학자들의 연구업적을 국가 차원에서 공유·활용하기 위해 구축한 ‘한국연구업적 통합정보(KRI)’에는 문제의 논문을 자신의 연구업적으로 올렸다.

학위 논문의 경우 논문을 쓴 제자가 저작권을 가지기 때문에 제1 저자로 등재돼야 하며 지도교수가 학위 논문 작성 과정에 많은 가르침을 줬다 해도 제1 저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교육과학기술부의 해석이다.

자연과학 공학 의학 등 실험이 많은 이공계 분야에서 지도교수의 공이 현저히 크다면 교수와 제자가 제1 저자로 함께 등재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제1 저자에 제자의 이름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학위 논문 작성 학생이 제2 저자로 내려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 견해다.

박유리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