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논문 ‘실적 부풀리기’…본보, 전국교육감 논문 일제 검증

입력 2010-07-19 17:25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도 교육감 16명 중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을 비롯한 3명의 논문이 표절과 실적 부풀리기 등 학문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감은 각 시·도의 교육 및 학예 업무를 집행하는 ‘교육 대통령’이다. 교육감은 높은 도덕성을 필요로 하며 한 해 수조원의 예산을 관리하고, 교육 관련 공무원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막중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일부 교육감이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고 자신의 연구업적인 것처럼 실적을 부풀려 승진심사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당사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은 물론 선출직 교육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본보가 6·2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81명의 논문을 검증한 결과 현직 교육감 3명과 낙선자 4명의 논문에서 표절 등 학문연구 윤리 위반 의혹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99년 정교수 승진 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같은 논문을 서로 다른 학술지나 저서 등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연구실적을 부풀려 자료로 제출했다. 이중 게재된 논문 중 일부는 각각 다른 연구실적으로 평가돼 승진심사에서 점수를 중복해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93년 부교수 승진 심사 때 실적으로 인정받은 논문을 정교수 승진 때 다시 제출하기도 했다.

우 교육감은 99년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요약해 학술지 ‘협상연구’에 등재하면서 자신을 제1 저자로, 제자를 제2 저자로 올린 의혹도 받고 있다. 우 교육감은 “제자와 4∼5년 동안 같은 연구실에서 일해 문장이 비슷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육감은 제자 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뒤 자신의 이름으로 학술지에 게재했다. 또 다른 교육감은 승진 심사가 임박한 2005년 제자의 석사 학위논문을 요약해 학술지에 등재하고 정교수 승진 실적으로 인정받았다.

본보는 지난 5월부터 국회도서관,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KRI),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가지식포털에서 16개 시·도 교육감 후보자의 논문 604편을 추려 1차로 분석했다. 이어 학계 전문가들과 연구 주제·방법, 연구 결과 등에서 표절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논문 19편을 뽑아 2차 본격 검증에 착수했다. 2차에서는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현직 교육감의 논문을 우선 검증했다.

논문을 검증한 김기수 저작권 전문 변호사는 “표절을 넘어선 복사 수준의 논문들”이라며 “연구 윤리는 교육자의 도덕성을 증명하는 핵심 잣대”라고 말했다.

과거 논문 표절은 학계에 만연했다. 표절 의혹을 받는 교육감들은 제자 논문을 요약하거나 논문을 중복 게재하고, 승진 심사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학계 관행을 답습했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는 논문 표절의혹이 제기되자 임명 13일 만에 사퇴했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도 표절 의혹 때문에 임명 56일 만에 물러났다. 이후 대학 교수 출신을 고위 공직자로 임명할 때는 논문 표절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등 기초적인 검증 수단이 됐다.

하지만 교육감은 후보자 단계에서부터 학문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없다. 표절과 실적 부풀리기가 뒤늦게 드러나더라도 당선을 제재할 수단도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선거법으로는 학력을 속이면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논문 표절은 처벌 대상이나 당선 취소 사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후보자의 재산·납세 정보가 공개되듯 지적 재산을 훔쳤는지를 유권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선출직 후보자의 논문 검증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리 유성열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