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주택시장 현장점검-(상) 문 닫는 중개업소] “손님 못 본 지 한달…” 부동산 중개사들 ‘알바 전선’으로
입력 2010-07-18 18:45
주택경기 침체에다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거래가 사라진 상황이다. 살던 집을 팔지 못해 새 아파트로 입주를 못하는 계약자나 ‘불 꺼진 아파트’를 지켜야 하는 입주자들 모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는 문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수도권 일대 아파트 단지들의 현장을 점검하면서 주택거래를 살릴 묘책은 없는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거래는 고사하고 문의하는 고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어요. 1주일에 서너번씩 교체했던 사무실의 생수통을 한 달에 한 통도 못 비운다니까요.”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일산동의 H공인중개사 사무실. 5년 넘게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모 사장은 가득 채워져 있는 생수통을 가리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얼어붙은 주택경기 탓에 손님을 못 본 지가 한 달이 넘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점포 문이라도 열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간판 내리는 업소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했다.
주택 매매가 실종되면서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가정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휴·폐업한 전국의 부동산중개업소는 모두 2089곳, 개업한 곳은 2081곳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휴·폐업 업소가 개업 업소 수를 앞질렀다. 5월에도 휴·폐업 수가 1799곳으로 개업 수(1565곳)보다 234곳 늘면서 전달보다 격차가 커졌다.
특히 경기 파주와 일산, 용인 등 집값 하락 폭이 큰 수도권 지역의 중개업소에서 전해지는 ‘부동산 민심’은 사나웠다. 업자들은 격한 감정과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파주 교하신도시 인근의 교하읍 야당리. 도로를 따라 늘어선 중개업소 10곳 가운데 절반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 G부동산중개업소의 강모 사장은 정부를 향한 성토를 쏟아냈다.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이 여기 현장을 직접 와서 봐야 한다. 지난 4월에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놨는데 그때부터 거래가 더 안 된다. 시장 상황과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니까.”
용인과 일산, 서울 강남의 재건축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용인 풍덕천동 D아파트 부근의 S부동산 사장은 “6개월 동안 매매는 한 건도 못 건졌고, 1주일간 전·월세 계약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E부동산의 박모 사장은 “건물 임차료에다 직원 2명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면서 “에어컨 트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거래 실종이 중개료 수입 감소로 직결되다보니 점포를 개조하거나 업종 전환을 시도하는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부업 전선에 나서고 있다. 파주 운정역 인근의 W부동산 대표 이모씨는 “주변지역에서는 한 달에 1∼2곳 정도 문을 닫는데 정작 폐업하려고 해도 점포가 안 나가니까 속이 터질 지경”이라며 “남몰래 야간 대리운전이나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는 사람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부부가 운영하는 중개업소의 경우,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보험중계사를 준비하거나 부업에 나서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부는 업소를 개조해 문구점, 커피숍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심지어 점포 밖에 신발이나 학용품 등 각종 잡화를 내놓고 파는 부동산중개업소까지 등장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무 종사자 8만여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파주·용인·일산=박재찬 기자,
유성현 임정혁 대학생 인턴기자